
중순 들어 기온 '롤러코스터'…14→18일 나흘 사이 13.6도 상승
월평균기온 13.1도로 평년보다 1도 높아…강수량 평년 79% 수준
지난 한 달을 한국에 머문 외국인이 있었다면 한국의 사계절을 '속성 과외'로 벼락치기 공부한 것과 마찬가지다.
2일 기상청이 발표한 올해 4월 기후특성에 따르면 중순에 추위와 더위가 연이어 나타나는 등 단기간에 기온이 급격히 변동했다.
지난달 초순엔 기온이 평년(1991∼2020년 평균)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중순 들어 13일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가 17일 다시 급등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달 전국 일평균기온을 보면 14일엔 5.6도에 불과했으나 18일엔 19.2도까지 올라 나흘 사이 기온 차가 13.6도나 됐다.
13∼15일 늦추위는 중위도 유라시아 지역 대기 파동이 강화, 바이칼호 서쪽과 오호츠크해에 모두 기압능이 발달해 '블로킹'이 발생하며 나타났다. 두 기압능 사이에 영하 30도 이하의 찬 공기를 품은 절리저기압이 급격히 발달해 우리나라로 한기가 유입되며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13일과 14일 전국 일평균기온은 1973년 이후 4월 13일과 14일 기온으로는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 경기 수원과 강원 춘천 등 6개 지점에서는 13∼14일 해당 지역 '4월 중순 일평균기온 최저치'가 기록됐다.
절리저기압 영향으로 전국에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와 눈이 내리면서 13일엔 서울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매우 이례적으로 4월 중순에 눈이 쌓였다.
13일 서울(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기준)에 최고 0.6㎝ 눈이 쌓인 것은 1907년 서울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늦은 적설이다.
그러다 17∼19일 곧바로 더위가 습격했다. 이른 더위는 우리나라 남동쪽에 자리한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돼 발생했다. 북반구에선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분다.
17∼19일 사흘 연속 전국 일평균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 이 사흘 사이 경북 포항 등 12개 기상관측 지점에서 '4월 중순 일최저기온 최고치'가 갈아치워졌다.
강원영동과 경북은 18일 한낮 기온이 30도 안팎에 이르기도 했다.
20∼22일에도 더위가 이어졌는데, 그 이유는 고기압이 우리나라 동쪽에 자리해 동풍을 불어 넣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수도권과 강원영서, 충청, 호남 등 백두대간 서쪽을 중심으로 더웠는데, 이는 바람이 산을 타고 넘을 때 뜨겁고 건조해지는 '푄현상'이 주된 이유였다.
기상청은 "찬 성질의 대륙고기압 강도가 평년보다 약하고,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의 흐름이 원활하면서 북대서양에서 기인한 중위도 대기 파동이 빠르게 동쪽으로 전파, 우리나라에 추위와 더위가 연이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13.1도로 평년 4월 전국 평균기온(12.1도)보다 1.0도 높았다. 4월 전국 평균기온 역대 1위인 지난해 4월(14.9도)보다는 1.8도 낮았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 해수면 온도는 12.0도로 최근 10년간 4월 중 가장 낮았다.
지난달 전국 강수량은 67.3㎜로 평년 4월 강수량(89.7㎜)의 78.6% 수준이었다.
건조한 북서풍의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강수가 적었으나 22일 서쪽에서 수증기를 다량 품은 저기압이 다가와 우리나라를 지나면서 남해안과 제주를 중심으로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다.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jylee2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