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선 투표에서 2배 가까운 지지율 격차 뒤집고 깜짝 당선 니쿠쇼르 단 시장 화제
[루마니아]
열렬한'트럼프 추종'경쟁 후보꺾고 승리
1차 투표 20%P차 완패, 결선에서 역전승
학창시절 국제수학올림피아드 금메달 2회
'소탈한 아웃사이더' 이미지로 표심 모아
최근 비미국 국가들에 확산하고 있는 ‘반(反)트럼프’ 정서 영향으로 루마니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2배 가까운 지지율 격차가 뒤집히는 대역전극이 연출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밀어붙이고 있는 강경 외교·통상정책의 반작용으로 캐나다, 호주 등에 이어 동유럽의 루마니아에서도 ‘친(親)트럼프’를 표방한 정치세력이 쓴맛을 봤다.
19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루마니아 대선 결선투표 개표 결과 니쿠쇼르 부쿠레슈티 단(55) 시장이 53.60%를 얻어 46.40%를 득표하는 데에 그친 제1야당 결속동맹(AUR) 대표인 제오르제 시미온(38) 후보를 따돌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루마니아는 총리가 행정 실권을 가지는 이원집정부제 국가로 5년 임기에 1차례 연임이 가능한 대통령은 외교·국방 관련 사안만을 책임진다. 다만, 총리직이 대통령의 지명 이후 의회 동의를 거쳐 임명되기에 대통령이 법적으로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국가 최고 실권자로 간주된다.
단 당선자는 지난 4일 1차 투표에서 21%의 득표율로 가까스로 2위에 올라 결선투표에 진출한 바 있다. 1위 시미온 후보는 득표율이 41%로 2배 가까이 높았지만 불과 2주 만에 추월을 허용하고 말았다.
단 시장의 대역전극 당선은 경쟁자인 시미온 후보의 친트럼프 성향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시미온 후보는 2019년 자신이 창당한 AUR의 성격에 대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과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로 열렬한 트럼프 추종자다. 그의 친트럼프 성향이 오히려 반트럼프 정서를 자극해 패배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깜짝 승리를 쟁취한 단 당선인은 시민운동가 출신의 친유럽 성향 중도 정치인으로 루마니아에서는 '수학 천재'로도 유명하다.
1969년생인 그는 중학교 때부터 수학에 재능을 보였다. 1980년대 후반,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두 차례 금메달을 수상했다. 이후 프랑스로 유학, 파리 소르본대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단 당선자의 선거 캠프 관계자들은 "극도로 실용적이며 철저히 계산된 방식으로 행동하는 전형적인 수학자"라고 평했다.
귀국 후 그는 학계를 떠나 사회운동에 뛰어들었다. 수도 부쿠레슈티의 역사적 건축물 보존과 도시 난개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부쿠레슈티를 구하자'를 설립하며 활동 기반을 넓혔다.
2016년 개혁 성향 정당 루마니아 구국연합(USR)을 창당했으나 내부 노선 갈등으로 탈당했다. 이후 무소속으로 2020년 부쿠레슈티 시장에 당선됐고,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이유로 같은 해 11월 대선 1차 투표 결과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명령하자 그는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적이 없는 정치인, 기득권과 거리가 먼 아웃사이더 이미지로 기성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호감을 샀다. 그가 부쿠레슈티 외곽의 허름한 집에 세들어 산다는 사실도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