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 없는 노숙자 500여명 몰려 '먹고 자고'

[스페인]

낮에는 일용직, 밤되면 공항으로 '귀가'
마약에 빈대 득실, 공항 직원들 아우성
주택 임대료 두 배 급등, 노숙자 양산

스페인 최대 공항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이 대규모 노숙자 유입으로 극심한 위생·치안 문제를 겪고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 임대료가 크게 오르자 거주지를 찾지못한 노숙자들이 공항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AP통신에 따르면, 마드리드 공항에서 최대 500명의 노숙자가 터미널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처음에는 제4터미널 일부 공간에 머물던 노숙자들이 최근에는 공항 전역에서 목격되고 있다. 바닥에 누워 자거나 짐 사이에서 취침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대부분의 노숙자는 낮에는 비공식 일용직에 나섰다가 밤이 되면 공항 바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일부는 술에 취한 채 쓰러져 잠들거나 현장에서 소변을 보는 사례가 늘면서 복도 곳곳에 악취가 퍼지고, 오줌 웅덩이까지 생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빈대, 진드기, 바퀴벌레 등의 위생 해충이 번식하면서 공항 직원들이 물리는 사례가 급증, 근무 환경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노숙자 집단 내부에서 마약 투약과 매춘, 흉기 소지 등의 문제도 확인되고 있다. 경찰은 도끼, 칼 등을 소지한 일부 노숙자를 제지하거나 검거했다.
이 같은 사태는 주택 임대료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전국 평균 임대료는 최근 10년 사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고, 마드리드·바르셀로나 등 대도시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했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이들은 거리 생활을 피해 실내 공간인 공항으로 몰려들었고, 이들이 ‘잠잘 수 있는 장소’로 공항을 택하면서 문제가 본격화됐다.
스페인 공항 운영사 AENA는 대책으로 공항 출입 규제를 예고했다. 지난 14일, 마드리드 공항 출입 시 탑승권을 제시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항 직원과 여행객 동반자는 예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