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反서방' 북중러 연대 보여주며 방중 마무리…마지막날 베이징 시찰했을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마지막 날인 4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시 중심부.
베이징시 한복판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창안제(長安街)에서는 이날 아침부터 해가 진 뒤까지 수십차례 교통 통제가 발생했다.
중국이 자국 전승절 행사에 초청한 우방국 정상들 차량 행렬이 인민대회당에 오갈 때마다 창안제 차선 일부가 비워졌기 때문이다.
창안제는 김 위원장이 이번 방중 기간 머문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대사관과 중국이 통상 공식 회담을 여는 장소인 인민대회당을 잇는 도로다.
김 위원장은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중국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하고 중국이 마련한 리셉션 오찬에 참석했다. 이어 오후에는 푸틴 대통령과 2시간 30분에 걸쳐 회담한 뒤 숙소로 복귀했다.
따라서 이날 세간의 관심은 북중 정상회담이 언제 열릴지에 집중됐다.
전승절 행사 기간 베이징 전역에 총동원된 민간경찰들이 늦여름 더위가 계속된 이날도 종일 수신호로 도로를 통제하거나 시민들 통행을 막았고, 녹색 제복을 갖춰 입은 사실상의 군인인 무장경찰들 역시 힘을 보탰다.
이날 오전부터 이어진 교통 통제는 중국이 상대국을 '급'별로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로 느껴지기도 했다.
전승절 행사에 정상급 인사가 참여한 26개국 중 러시아·북한 정도를 제외하면 대다수 국가의 의전차량 행렬은 이날 릴레이식으로 인민대회당을 드나들었다. 짧은 경우 20분가량 간격이었고, 창안제는 일부 차선이 차량 행렬에 잠시 통제된 뒤 곧 정상 흐름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날 오후 5시 30분께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이 인민대회당을 향한 시점의 창안제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오가는 차가 차츰 줄어들더니 어느 순간 동서 방향 왕복 10차로가 텅 비었고, 남북 방향의 승용차·이륜차 통행도 중단됐다. 거리가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육교도 막히면서 일대가 일종의 '진공 상태'가 됐다.
인도 위를 걷거나 화초 사진을 찍던 사람들도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라"거나 "도로 사진을 찍지 말라", "한 자리에 오래 머물지 말고 가라" 등 반복 경고를 들었다.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고 몇분이 지나자 인공기를 매단 세단을 중심으로 한 차량 행렬이 고요해진 텅 빈 도로를 따라 서쪽을 향해 일렬로 달렸다.
이런 도로 위 '특별대우'는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당도한 지난 2일 오후부터 평양을 향해 떠난 이날 밤까지 계속됐다.
톈안먼 망루에서 푸틴 대통령과 함께 시 주석 양옆에 나란히 서 '반(反)서방' 연대의 일원이자 중국의 중요 우방임을 분명히 한 북한의 위상을 보여준 셈이다.
이날 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 전 어떤 일정을 보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대사관은 김 위원장의 방중이 시작된 뒤 중국 경찰력이 집중 배치되고 정문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되는 등 경계 수준을 높인 상태였고, 오전 9시께부터 오후 4시께까지는 외부에서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오후 4시 무렵이 되자 중국 경찰은 북한대사관 주변 식당들에 영업을 중단하라는 통지를 했고, 식당 손님을 비롯한 행인들 접근이 일제히 통제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차들과 고급 세단들이 줄지어 대사관에 접근하는 것이 목격됐다.
김 위원장이 외부 활동을 한 이후 대사관에 복귀하는 과정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는 앞선 네 차례 방중 당시 두 번은 1박2일간, 나머지 두 번은 3박4일간 머물렀고,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나 교통지휘센터를 시찰한 바 있어 이날도 중국 주요 시설을 방문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x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