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심기 건드린 美 심야 TV 토크쇼 줄줄이 퇴출
[뉴스진단]
'성역 없는 정치 풍자·권력 비판' 철퇴
보수 "환영", 진보 "표현의 자유 탄압"
이번엔 23년 토크쇼를 진행하던 지미 키멜(사진)이 철퇴를 맞았다.
오랜 전통의 미국 심야 토크쇼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 속에 연이은 중단 사태를 빚고 있다. 성역 없는 정치 풍자와 권력 비판으로 인기를 누리고 영향력을 과시해 온 진행자들이 트럼프와의 갈등 속에 하나둘씩 무대에서 밀려나는 모양새다.
17일 ABC 방송은 자사 심야 토크쇼 ‘지미 키멜 라이브(Jimmy Kimmel Live)’의 무기한 편성 중단을 발표했다. 2003년 방송을 시작한 이 토크쇼는 올해로 23년째인 ABC 최장수 심야 토크쇼다. 이번 결정은 키멜이 지난 15일 방송에서 최근 피살된 보수 활동가 찰리 커크 사건을 두고 “‘마가(MAGA·트럼프 지지자)’ 진영이 커크를 죽인 용의자가 자기들 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 필사적이다”라고 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마가 세력이 커크 피살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 한다는 얘기로 보수 진영의 분노를 일으켰다.
이에앞서 지난 7월에는 CBS가 스티븐 콜베어가 진행하는 자사 토크쇼 ‘더 레이트 쇼’의 폐지(2026년 5월)를 공식 발표했다. 이 토크쇼는 CBS 심야 시간대 9년 연속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방송국 측은 표면상 재정난을 이유로 폐지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는 당시 “콜베어가 잘려서 정말 좋다. 다음은 키멜이라고 들었다”고 했는데, 트럼프의 예고는 ‘실제 상황’이 됐다.
미 방송계는 다음 타깃이 NBC의 지미 팰런, 세스 마이어스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이제 남은 건 지미(팰런)와 세스, 가짜 뉴스 NBC의 완전한 ‘루저(패배자)’ 둘뿐”이라며 이들을 공개 압박한바 있다. NBC의 대표 심야 토크쇼 ‘더 투나이트 쇼’를 진행하는 지미 팰런은 최근 방송에서 “트럼프가 복잡한 일정 속에서도 골프장을 떠나지 않는 걸 보니 ‘역사상 가장 꾸준한 운동선수’ 아니냐. 맥박이 뛴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꼬집었고, NBC에서 ‘레이트 나이트’ 토크쇼를 진행하는 세스 마이어스는 “시카고에 군대 파견 위협 트럼프는 깡패 두목인 것 같다”고 비꼬았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키멜쇼 중단은 저조한 시청률 때문”이라며 “게다가 그는 찰리 커크라는 위대한 인물에 대해 끔찍한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청률이 매우 낮았고, 오래전에 해고됐어야 했다”며 “표현의 자유라고 부르든 말든 그는 재능 부족으로 해고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미 키멜 라이브 방송 중단 결정 이후 진영간 찬반 여론이 뜨겁다.
MAGA를 중심으로한 보수 진영에선 이번 조치에 대한 환영 분위기가 일고 있다. 반대로 진보 진영과 헐리우드 연예계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전미작가조합WGA는 각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발언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이번 조치는 폭력과 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