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검사 등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 도움으로 국내서 상봉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엄마와의 포옹은 감동적이었고 저는 매우 행복했어요. 다시 만난 날, 저는 웃고 있었는데 엄마는 계속 우셨어요. 지금까지 저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것에 큰 고마움을 느낍니다."

42년 만에 꿈에 그리던 친가족과의 상봉에 성공한 독일 입양 한인 벤저민 준(한국명 정명준·45) 씨는 22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당시 벅찬 감정을 풀어놨다.

독일 북서부 뮌스터시에서 거주하는 그는 지난 15일 보름 일정으로 한국에 왔다. 주말을 이용해 친가족과 강원 속초로 여행을 다녀오는 등 상봉 이후 엿새간 친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21일에 서울로 올라왔다.

정씨는 16일 친모(66)가 운영하는 경기 여주의 한 식당에서 친가족과 만났다. 정씨의 아버지는 20여년 전에 세상을 떠나 만날 수 없었지만, 친형(47)이 엄마와 함께 있었다.

그는 상봉 순간을 되돌아보며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가족으로 이미 서로 깊은 유대감과 사랑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3살이던 1981년 1월 경기 수원의 버스터미널에서 아버지와 함께 버스에서 내리던 중 실종됐다. 이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그해 6월 독일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그의 생년월일은 독일 입양 기록상 1977년 10월 1일이지만, 국내 기록에는 1978년 6월 15일로 돼 있다. 그러나 이번 가족 상봉 과정에서 그가 친가족을 통해 확인한 정식 생년월일은 1978년 2월 19일이다.

정씨는 "어렸을 때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의문을 품으며 극적으로 친가족과 만나는 로맨틱 판타지는 전혀 꿈꾸지 않았다"면서도 "그저 엄마가 잘살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고 속내를 꺼냈다.

4살 아들을 둔 아빠이기도 한 정씨는 "제 돈과 시간, 에너지 등을 친가족 찾기를 위해 전부 쏟아부은 건 아니지만 심리치유사로 일하는 틈틈이 친가족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2009년부터 뿌리 찾기에 나섰지만, 당시 유전자 검사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간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해온 친모는 지난해 6월 경기 여주경찰서를 찾아 유전자 검사를 했고, 친자관계 가능성이 확인됐다.

이후 친자관계 최종 확인을 위해 2차 유전자 검사가 진행됐다. 독일에서 살던 정씨는 '해외 한인 입양인 유전자 분석 제도'를 통해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유전자 검사를 다시 받았고, 올해 1월 최종적으로 친자임이 확인됐다.

이 제도는 아동권리보장원과 경찰청, 외교부가 무연고 입양인의 유전자를 채취·분석해 한국의 가족과 친자관계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2020년에 시행됐다.

올해 3월 22일을 기준으로 보면 현재까지 입양인이 재외공관을 통해 유전자 등록을 한 건수는 232건이며, 상봉까지 이어진 사례는 이번이 세 번째다.

정씨는 "아동권리보장원 입양인지원센터는 유전자 검사 결과서를 대사관에 전달해주고, 중간에서 한국 경찰 및 친가족과 소통하는 등 많은 역할을 해줬다"며 "특히 '해외 한인 입양인 유전자 분석 제도'가 있었기에 친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달 말 다시 독일로 출국하는 그는 앞으로 1년에 한두 차례 한국을 찾아 친가족을 만날 계획이다.

"엄마의 손을 잡고 산책하고, 맛있는 것을 먹고, 대화한 순간들이 꿈만 같았어요. 한국어도 공부해서 훗날에는 엄마와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는 꿈속에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rapha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