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성평등 인식 수준 10년간 정체…"조사 대상 37개국 중 한국 성편견 가장 후퇴"

[뉴스분석/UN 젠더사회규범지수 보고서]

갈길 먼 성평등, 女 권리 침해 문제 여전
무급 돌봄 노동의 경제적 가치 인식 절실

전 세계 남녀 10명 중 약 9명이 여전히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최근 10여년 간 성평등 인식 수준이 가장 많이 후퇴한 나라로 꼽혔다.

유엔 산하 유엔개발계획(UNDP)이 12일 발간한 젠더사회규범지수(GSNI)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85%를 차지하는 국가들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성 편견이 개선되지 않았다. 

세계인의 절반은 여전히 남성이 여성보다 더 나은 정치 지도자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40% 이상은 남성이 여성보다 기업 임원에 더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남성이 아내를 구타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25%였다. 이 보고서는 2010~14년과 2017~22년 두 기간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아울러 여성이 국가 지도자를 맡은 비율은 1995년 이후 평균적으로 약 10%에 머물러 있고, 노동 시장에서 관리직을 맡은 여성은 3분의 1 미만이었다. 남녀 임금 격차도 확연했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남성보다 높은 59개국에서도 남녀 소득 격차가 39%에 달했다. 보고서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성평등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고 일부 국가에서는 인권 침해가 급증하면서 여성의 권리가 침해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이 기간 별도 조사 대상 37개국(전 세계 인구의 48%) 가운데 남녀 모두에서 성평등 인식 수준이 가장 크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 이라크 러시아 말레이시아 키르기스스탄 필리핀 콜롬비아 멕시코 등도 퇴보했으나 한국보다 그 폭이 작았다. 최소 1개 항목 이상에서 성 편견이 있는 한국인의 비율은 남성 93.08%, 여성 86.83%였다. 편견이 아예 없는 한국인 비율은 10.12%였다.

UNDP는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여성의 정치 참여를 격려하고 젠더 관련 허위 정보를 바로잡는 등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UNDP 젠더팀 책임자인 라켈 라구나스는 “무급 돌봄 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