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관광 살면서
유럽 경제 성장 주축으로

성장 동력을 상실해 장기간 침체기에 빠졌던 남유럽 국가들이 유럽연합(EU)의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주축으로 변신했다. 반면 유로존 경제 대국 독일은 성장의 근간이던 제조업이 타격을 받으며 휘청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일 "남유럽은 수십년 동안 북부보다 성장률·생산성은 물론 부의 수준이 낮았지만 이젠 거꾸로 북유럽의 부진을 상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남유럽 국가들이 독일 등 다른 경제 대국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후발주자들이 선두주자가 된 운명의 역전"이라고 평가했다.

남유럽 국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며 장기간 침체의 늪에 빠졌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은행은 부실화됐으며 실업률이 치솟았다. 세수가 감소해 재정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4개국의 국가명 머리글자를 묶어 'PIGS(돼지들)'라는 조롱 섞인 신조어도 등장했다.

하지만 상황이 반전됐다. 통계기구 유로스타트는 유로존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3% 증가했다고 밝혔는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성장률은 0.7%로 이를 웃돌았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됐던 이탈리아도 0.3%를 기록하며 선방했다. 프랑스 무역보험기관 코파스에 따르면 PIGS 4개국은 2021~2023년 EU 연간 경제성장의 25~5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관광 수요가 폭증한 것이 남유럽 국가들의 약진 비결로 꼽힌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는 1분기 성장률 0.2%를 기록하며 평균치를 깎아내렸다. 특히 제조업 강국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과도하게 의존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에너지 위기를 겪으며 수렁에 빠졌다.
남유럽의 변신에는 관광업 회복이라는 대외적 요인 외에 긴축 재정 운용 등 자체적인 체질 개선 노력도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는 "남유럽 국가들은 수년간 구제금융과 가혹한 긴축 프로그램 끝에 수출을 회복했다"며 "각국 정부는 관료주의 타파와 법인세 인하,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