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기록적 폭우로 도로에 고립된 차량을 새벽녘부터 도운 주민 선행이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10일 전북 익산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께 삼성동 망산마을 한 도로에서 레저용 차(RV)가 물에 빠져 고립됐다.

차주는 보험회사에 견인을 요청했지만 당장 오도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꼼짝없이 언제 올지 모르는 견인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익산지역에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인 시간당 70㎜의 폭우가 쏟아져 도로 곳곳이 침수된 상태였다.

여기에 이 도로는 인근 하천이 범람하면서 어른 무릎높이까지 금세 물이 차올랐다.

그때 장대비를 뚫고 한 남성이 도로를 첨벙첨벙 걸어들어왔다.

이 남성은 마을에서 '슈퍼맨'으로 통하는 오경수 통장이었다.

오 통장은 밤부터 빗줄기가 굵어지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동네를 순찰하던 차에 고립된 차를 발견하고 곧장 달려왔다.

그는 자신의 트랙터와 차량을 줄로 단단히 연결한 뒤, 물이 차오르지 않은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차주는 그제서야 안도했다.

이후로도 오 통장은 도로에 물이 빠질 때까지 길목에서 교통을 통제해 추가 피해를 막았다.

오 통장은 "운전자가 위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바로 차량으로 달려갔다"며 "제가 한 일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웅포면에서도 임낙재 의용소방대장이 법면 경사로에서 유실된 토사 2톤(t)을 홀로 치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임 대장은 자신의 굴착기로 배수로와 주택 등에 쌓인 토사와 잔가지 등을 정리했다.

익산시는 임 대장의 밤샘 작업으로 출근 시간대 통행이 가능할 정도로 도로가 말끔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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