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부터 26일 개막일까지 센강 주변 통행 제한
거주민 등 사전 통행증 발급받아야 이동 가능
"QR 코드? 그게 뭡니까?"
2024 파리올림픽이 임박하면서 프랑스 파리 시내 곳곳이 통제돼 관광객과 주민들이 '멘붕'에 빠졌다.
18일 낮(현지시간) 에펠탑 관광 '명당'인 트로카데로 광장으로 가는 지하철 9호선 안.
이날부터 트로카데로 광장 주변을 비롯해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센강 구간 주변이 출입 통제된다고 해 현장에 가려고 나섰더니 지하철이 무정차 통과한다는 표시가 떴다.
다행히 직전 이에나 역은 정차해 그곳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가니 눈앞에 곧바로 바리케이드가 펼쳐졌다.
보행자들의 통행증을 검사하는 경찰들과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 끝없는 상황 설명과 대안 요구가 이어졌다.
경찰이 영어로 뜨덤뜨덤 "온라인에서 QR 코드를 신청해야만 지나갈 수 있다"고 설명하면 관광객들은 "무슨 사이트냐. 에펠탑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되묻는 식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부터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26일까지 대테러 보안 경계 구역 또는 일명 '회색존' 내 보행자 이동을 엄격히 통제한다.
이 구역에 거주하는 주민이나 직장인, 구역 내 박물관, 호텔, 식당 등을 예약한 방문객만 전용 플랫폼에서 QR코드 형태의 통행증을 발급받아 이동할 수 있다.
차량 통행도 엄격히 제한된다.
경계 구역 내 주차 허가증이 있는 차량이나 배송 차량, 위급 상황과 관련된 차량만 출입이 가능하다.
이를 미리 알지 못한 관광객들은 바리케이드 앞에서 허무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스웨덴에서 여자친구와 놀러 온 악셀(21)은 기자에게 "트로카데로 광장에 못 간다는데 여기는 언제까지 폐쇄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여름휴가를 보내러 프랑스에 처음 온 독일인 부부도 "광장이 폐쇄된다는 걸 여기 와서야 알았다"며 난감해했다.
부부 중 남편은 답답한 마음에선지 기자 목에 걸린 취재용 패스를 가리키면서 "이 카드는 출입이 허용되는 것이냐. 이 카드는 어디서 받아야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 부부는 에펠탑을 보러 갈 방법을 궁리하다 인근 벤치에 앉아 일단 점심부터 해결했다.
통행증이 없어 길이 막힌 건 관광객뿐만은 아니다.
근처의 직장에 다니는 한 여성은 통행증이 없어 바리케이드 통과가 안 되자 회사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
오토바이로 배달을 가던 한 여성도 통행증을 미리 준비하지 못해 바리케이드 앞에서 핸들을 돌려야 했다.
다행히 통행증을 사전에 발급받은 이들도 있었다.
이에나 역 근처 사무실에서 막 나오던 세실(46)은 "통행증을 미리 받아놨다"면서 "곳곳이 통제돼 이동하기에 좀 복잡하고 불편하지만 올림픽 보안을 위한 조치이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은 사상 처음으로 경기장 내부가 아닌 센강 위에서 진행된다.
프랑스 정부는 잠재적 테러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개막식 관중 규모를 애초 60만명에서 32만명으로 줄였다.
선수단이 수상 행진하는 센강 6㎞ 구간 주변과 시내에는 총 4만5천명의 경찰과 헌병대가 배치된다.
드론 공격 등에도 대비하기 위해 개막식 시작 전인 오후 7시부터 모든 행사가 끝나는 자정까지 파리 공항은 물론, 시 중심에서 반경 150㎞까지 상공을 폐쇄한다.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