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등 점등 따져볼 회로도 '전문 제출' 필요성 두고 신경전
재판부, 전문과 번역문 제출 명령…10월 22일 다음 변론기일 진행
(강릉=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 군이 숨진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가족 측과 KG모빌리티(이하 KGM·옛 쌍용자동차)가 '자료 제출'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차량 제조사 측은 "영업비밀이라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자 도현이 가족 측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상준 부장판사)는 13일 도현이 가족이 KGM을 상대로 제기한 7억6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사건 여섯 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도현이 가족은 KGM에서 제출한 1쪽 분량의 '브레이크등 회로도'를 문제 삼고 나섰다.
양측은 티볼리 차량에서 급발진 현상이 나타났을 당시 차량 후미에 브레이크등의 점등 여부를 두고 '브레이크등을 켜는 전자식 모듈인 BCM과 차량의 두뇌인 ECU가 상호소통하느냐'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보인다.
이에 대해 KGM은 'BCM은 ECU와 상호 소통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입증할 증거로 브레이크등 회로도를 제출하며 "전 차종에 적용되는 회로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도현이 가족 측은 KGM에서 낸 회로도에 전기차 부품까지 표시된 점을 지적하며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차종별로 회로도를 갖고 있지, 모든 차종에 적용되는 회로도는 하나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례는 없다"며 자료 전문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제조사 측이 "영업비밀인데 전체문서를 내라는 건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 하자 도현이 가족 측은 "전 차종에 회로도가 1장 밖에 없다니 소가 웃을 일"이라며 부당한 처사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도현이 가족) 측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제조사에 전문과 번역문의 제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운전자였던 도현이 할머니의 노동력 상실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신체 감정에 상당 기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그사이 여타 사실조회와 보완 감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도현이 가족 측은 또 "다른 소송에서도 그렇고, 이번 사건 소송에서도 제조사가 운전자에게 신의 경지에 이르는 수준의 운전을 요구하고 있다"며 "목숨을 건 사투를 해야 하는 급발진 상황의 모든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주행하라고 요구하는 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으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KGM 측은 "우리가 말하는 건 급발진 발생 이후를 상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애당초 급발진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양측은 올해 안에 주장과 입증을 모두 마무리하는 데에 공감하면서도 준비서면과 사실조회 신청서 등을 변론기일 직전에 제출하는 것을 두고 서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오는 10월 22일 다음 변론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이 끝난 뒤 도현이 아빠 이상훈씨는 "재판이 진행된 1년 7개월 동안 최선을 다해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입증을 다 했는데, 어떤 증명을 더 해야지만 진실이 규명되는지 모르겠다"며 "진실은 분명히 밝혀질 거라 생각하고 앞으로 남은 소송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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