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에 사상 초유의 '두 동강 광복절'
이종찬 "독립기념관장 다시 뽑아야"…김형석 "물러설 이유 전혀 없다"
(서울·천안=연합뉴스) 김호준 김지헌 김준범 기자 = 국민 통합의 장이어야 할 제79주년 8·15 광복절 행사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으로 정부 주최 경축식과 독립운동단체 개최 기념식으로 쪼개지게 됐다.
'뉴라이트 인사' 논란에 휩싸인 김 관장 임명에 항의해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들은 정부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고 별도의 기념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도 정부 주최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고 독립운동단체가 개최하는 기념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광복절에 정부 주최 경축식과 독립운동단체 기념식이 따로 열리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광복회를 비롯한 37개 독립운동단체는 15일 오전 10시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광복회원과 독립운동가 유족, 관련 기념사업회 및 단체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광복절 기념식을 개최한다.
기념식을 주도하는 광복회는 정당·정치권 인사를 초청하지 않기로 했지만, 자발적인 참석은 막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광복회 관계자는 14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자체 광복절 기념식을 개최하는 것은 (김 관장 임명을 비롯해) 정부의 친일 편향적인 정책에 항의하고, 일제를 극복하고 자주독립을 되찾은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며 이런 취지에 동감하는 야당 인사의 참여를 막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친일 편향적인 정책 기조를 비판하고, 한시준 전 독립기념관장은 '1948년 건국과 식민지배 합법화'를 주제로 강연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와 별도로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도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15일 오후 효창공원 내 삼의사 묘역에서 광복절 기념식을 연다.
항단연 측은 "(단체 회원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천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인사들은 항단연 주최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할 예정이다. 기념식 뒤 참석자들은 용산 대통령실까지 거리행진도 계획하고 있다.
항단연 관계자는 "항단연 회원이 내일 오전 광복회 (주도) 기념식에 참석하고, 광복회원들도 오후에 열리는 우리 행사에 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도 15일 열리지만, 현재로선 일부 독립운동단체와 독립운동가 유족, 야당 등은 불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2천여명이 참석하는 정부 주최 경축식 초청 대상은 여야 정치인과 정부 관계자, 독립운동단체 및 독립운동가 유족, 종교계, 주한 외교사절단 등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14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관장의 사퇴를 거듭 주장하면서 "마지막 문은 열어놨다. 정부에서 성의를 보여주기를 바란다"며 "잘못된 (독립기념관장) 인사는 다시 하겠다고만 하면 저희가 박수친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김 관장이 사퇴하고, 정부가 독립기념관장을 새로 뽑는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히면 정부 주최 경축식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김 관장은 이날 오후 독립기념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정부로부터 임명받았고 성실하게 관장직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한 마당에 물러설 이유가 전혀 없다"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광복회는 이틀 연속으로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독립기념관장 사퇴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전날 광복회 서울·경기 지부가 전쟁기념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고, 이날은 광복회 인천지부가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가졌다.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