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8세 미만 중범죄 건수 2017년보다 37% 급증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미국 뉴욕시에서 18세 미만 미성년자들이 저지르는 중범죄가 최근 급증하면서 정확한 원인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뉴욕시에서 18세 미만 미성년자가 살인, 강도, 폭행 등 중범죄로 기소된 사례는 모두 4천85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7년 전인 2017년 3천543건에 비해 37%나 늘어난 숫자다.

같은 기간 미성년자가 사람을 심하게 다치게 하거나, 총기나 칼 등 흉기를 동원해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28% 늘었다.

특히 강도 행각을 벌인 사례는 52%나 증가했고, 살인 사건 역시 2017년 10건에서 2023년 36건으로 훨씬 많아졌다.

미성년자들이 저지르는 중범죄의 피해자 상당수는 같은 미성년자인 까닭에 이 기간 미성년 범죄 피해자의 수는 54%가량 늘었다고 NYT는 덧붙였다.

NYPD의 마이클 리페트리 범죄 통제 전략 책임자는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청소년 범죄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다"라고 말했다.

미성년자 중범죄가 늘어나는 이유를 놓고 일각에선 솜방망이 처벌이 이를 초래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비교적 최근까지 뉴욕주 형사법 체계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16~17세 미성년자는 성인과 같은 취급을 받았으나, 2017년 주의회는 '연령 상향"(Raise the Age)이라는 법을 제정해 형사 책임 연령을 18세로 올렸다.

미성년자 범죄율이 수십 년 내 최저치로 떨어진 데 따른 조처였다.

이에 따라 16~17세 미성년자 범죄자는 형사 법원의 청소년부나 가정법원에서 재판받게 됐으며, 중범죄를 저질러도 교도소 대신 뉴욕주가 인증한 전문 청소년 구금시설에 수용되게 됐다.

사법당국 관계자들은 가정법원의 특수성 때문에 미성년 범죄자의 과거 재판기록에 접근하기 어려워졌고, 결국 폭력적 배경을 지닌 청소년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풀려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이후 뉴욕시의 범죄율이 전체적으로 높아졌을 뿐 미성년자들이 특별히 중범죄를 더 저지르는 건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 뉴욕 경찰국(NYPD) 통계를 보면 전체 범죄 발생 건수에서 미성년자가 저지른 범죄의 비중은 2017년과 2023년 모두 3.8%로 동일했다고 NYT는 짚었다.

제프리 버츠 존 제이 형사사법 컬리지 교수는 "미성년자는 전체 범죄 문제에 기여하지만, 그것이 강력한 처벌 정책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구의 한 부분에만 집중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