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분석…"김정은, 정권 생존 위해 러시아에 올인하며 위험한 밀착"

"김정은 '북한 2.0' 도모"…"북러, 한반도 충돌시 상호지원 가능성도"

"김정은 도박, 북한군 전장에서 실패 또는 탈주시 '역효과' 낳을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 지원을 위해 파병까지 불사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착하는 것은 정권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전략적 환경이 급변하는 와중에 과거의 방식을 답습하는 것으로는 정권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러시아에 사실상 '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WSJ은 이날 '김정은이 러시아를 위험하게 끌어안는 것은 정권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북러 밀착의 배경과 전망을 짚었다.

김 위원장이 과거 신무기 시험을 삼가고 협상을 도모하면서 이른바 '왕따국가'에서 벗어나려고 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불량한 행위를 더욱 과감하게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행보 중 가장 대범한 조치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장 파병이다. 파병을 통해 돈에 쪼들리는 북한 정권을 위한 새로운 챕터(장)를 여는 한편 러시아에 대한 올인 전략을 통해 경제적 구제와 핵프로그램 증진, 정권 보장을 위한 한층 뻔뻔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WSJ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의 군사적 공생을 선택하면서 김 위원장은 우선 유엔에서 러시아라는 든든한 방패막이를 얻게 됐고 국경무역에 있어서도 일정한 이익을 봤다.

이를 넘어 북한이 핵추진잠수함과 장거리미사일, 정찰위성 개발 등에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있어 러시아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따라 한반도에서 충돌이 빚어질 경우 상호 지원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지난 6월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체결된 북러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은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WSJ은 김 위원장의 '도박'이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병력이 전장에서 실패하거나 탈주할 경우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나 북한 내부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의 포괄적인 약속이 서서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방면에서 북한은 과거의 낡은 접근을 되풀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미국과 서유럽, 인도태평양 동맹이 중국의 공세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글로벌 공급망의 무기화를 둘러싸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같은 파트너십이 김정은 정권의 핵위협에 맞서 힘을 합칠 가능성도 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김정은은 전략적 환경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김 위원장으로서는 적대적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필요한 지원과 수단 등을 보상으로 삼아 위험을 무릅쓸만하다고 지적했다.

백우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WSJ에 "이는 김정은이 추구하는 '북한 2.0'"이라며 "김정은은 정권 생존을 위한 전략을 재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밀착은 중국 이외에 우군을 다각화한다는 점에서 북한 입장에서는 의미가 크다. 현금이나 에너지, 기술을 지원받는 것을 넘어서서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와의 급속한 관계 진전이 전략 지정학적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김정은은 운전석에 스스로 앉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입찰 전쟁을 벌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