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타임 해제로 신체 리듬 깨져
수면 장애·주의력 저하 호소 늘어
무용론에도 폐지 입법 번번히 실패
올해 일광절약시간제(서머타임)가 지난 3일로 끝났다. 하지만 서머타임의 종료와 함께 시계의 시간은 자기 자리를 찾았지만 한인들의 일상 시간은 좀처럼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시니어 백모씨는 "눈 뜨면 새벽 5시고, 저녁 먹고 밤 8시가 되면 눈이 저절로 감긴다"며 ""서머타임 해제로 1시간을 뒤로 돌려 놓으니까 생활 패턴이 깨졌다"고 했다. 서머타임을 20년 가까이 경험했지만 백씨에게 1시간의 시차 적응은 여전히 불편의 대상이다. 백씨는 "1년 두 번씩 시간을 변경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젠 익숙해질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아서 문제"라며 "한 해 한 해 나이를 들면서 시차로 깨진 생체리듬을 회복하는 데 1~2주 걸리다 보니 피곤하고 몸이 무거운 시간을 겪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서머타임 해제에 따른 시차 적응 문제는 한인 시니어들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1시간 시차 적응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서머타임의 실시와 해제로 변경된 환경에 아이들이 제때 적응하지 못하면서 등교 시간에 맞추기 위해 깨우고 먹이면서 자신도 출근 준비를 해야 하는 이른바 릫아침 전쟁릮을 겪고 있다. 학부모이자 워킹맘인 조모씨는 "시간을 1시간 늦춘다고 해서 아이들이 일찍 일어나는 건 아니다"라며 "일찍 해가 지니까 아이들 픽업 시간에 늦지 않으려는 마음의 부담도 더 커져 서머타임 실시와 해제 전후로 가정 생활이 어수선하다"고 말하며 씁쓸해했다.
서머타임 실시와 해제 여파에 따른 생활 패턴이 깨지면서 건강에 대한 우려도 한인들 사이에 제기된다.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에 변화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면서 수면 방해를 호소하는 한인들이 적지 않다. 서머타임 실시와 해제가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놓고 의학계에선 찬반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한인들이 느끼는 건강에 대한 우려는 상존하고 있다. 한인 직장인인 김모씨는 "서머타임 실시와 해제 시기엔 수면 부족으로 집중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강하다"라면서 "직장에서 업무를 보는 과정에서도, 출퇴근 시 운전을 할 때도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머타임 폐지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폐지를 위한 법 제정은 번번히 실패다. 캘리포니아 주에선 지난 2018년 서머타임 폐지를 위한 주민발의안(프로포지션)이 통과됐지만 가주 의회의 회기 종료에 따라 폐기됐다. 2022년엔 한인 정치인 최석호 당시 전 가주 하원의원이 서머타임 폐지 법안 추진에 나섰지만 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해 실패로 끝났다. 이 해 연방 상원에서도 폐지 법안이 발의됐지만 하원에서 좌초됐다. 올해 들어 가주 의회에서 서머타임 폐지 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11월까지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태다.
한 한인 단체장은 "서머타임 여파로 시간을 한 시간씩 당기고 되돌리는 일은 단지 시간을 변경하는 게 아니라 삶의 패턴을 바꾸는 일"이라며 "무용론이 비등한 데도 계속 서머타임의 실시와 해제가 반복하는 현실은 그대로인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