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유부단했지만 트럼프는 강하고 결단력 있어"
美에 리튬·가스 등 자원 개발 이권 등 제시할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취임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서는 트럼프를 설득해 지원을 얻어낼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가 결단력이 있는 인물이며 일단 결심하면 실행이 빠르므로, 조 바이든 현 대통령보다 우크라이나에 오히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러시아를 자극할까 우려해 우크라이나 측의 첨단무기 등 지원 요청에 시간을 끌다가 결정적 시기를 놓쳐 버리는 일이 잦았고 그 결과 전황이 악화했다는 게 우크라이나 측 불만이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미국과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이 득이 된다고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WP는 지적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도와 러시아의 진출을 저지하는 것이 '자선사업'이 아니라 경제적 측면이나 지정학적 전략의 관점에서 미국의 국익에 유리하며 비용 대비 효과가 큰 선택이라고 트럼프가 생각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희망이다.
우크라이나는 트럼프가 외교를 '거래'로 바라본다는 점을 감안해, 미국 기업들에게 수익성 높은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크라이나가 유럽 최대의 천연가스전을 보유하고 있고, 전기차용 배터리나 전자부품 제조에 필요한 리튬 매장량도 상당한 자원 부국이라는 점도 부각하고 있다.
리튬은 트럼프의 최측근이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상당히 관심을 가질만한 품목이다.
키이우에서는 이런 '당근'으로 트럼프를 설득하는 것이 가능하리라는 낙관론이 시들지 않고 있지만, 이는 미국 등 다른 나라들에서 보는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선거운동 기간에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미국 납세자들에게 지나친 부담이 되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끊어버리고 우크라이나가 굴욕적 조건으로 러시아에 영토를 할양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미국 등에서는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공정하다'고 할만한 정도의 조건으로 전쟁이 끝나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희망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어깨에 메는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을 도입하도록 허용해 달라는 요구가 오바마 행정부 때 계속 거부되다가 트럼프 1기 때 받아들여졌던 사실을 거론하면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할 수도 있다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9월까지 재직했던 드미트로 쿨레바 전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트럼프의 지원을 얻어내려면 "우크라이나 지원이 트럼프가 강하다는 점을 보여 주는 일이 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고 WP에 말했다.
우크라이나 야당 '유럽연대당' 소속 볼로디미르 아리에우 의원은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삼켜버리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며 "세계 안보 감독자로서 미국의 이미지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되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를 설득하려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라좀'이라는 미국 비영리단체의 정부 업무 담당 책임자인 스콧 컬리네인은 "젤렌스키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며 젤렌스키가 트럼프와 직접 대화를 나누며 설득해야만 하며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젤렌스키도 이런 현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는 미국 대선 전인 지난 9월에 트럼프를 만나서 '승리 계획'을 설명했으며,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