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월 산업화 이전보다 1.62도 높아…국제사회 대응은 거북이걸음

2024년이 지구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한 해로 사실상 확정됐다.

국제사회가 설정한 '상승폭 섭씨 1.5도' 방어선도 처음 붕괴할 것으로 분석됐다.

AFP, 로이터,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 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는 9일(현지시간) 이런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62도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전까지 가장 더운 해였던 2023년의 1.48도를 넘어선 것이다.

세계 각국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설정한 한계선인 1.5도를 처음으로 무너뜨린 것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산업화 전과 비교할 때 1.5도가 넘는 기온 상승이 지속될 경우 지구 생태계에 회복 불가능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C3S에 따르면 지난 17개월 가운데 16개월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전보다 1.5도 이상 높았다.

특히 지난해 중반부터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온난화가 관찰되고 있어 과학자들은 원인을 추적하고 있다.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이 작년 5월부터 올해 여름까지 이어진 것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엘니뇨와 반대 현상인 라니냐가 내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오는 만큼, 내년에는 지구촌의 더위가 다소 꺾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온난화의 추세 자체는 멈추지 않고 있는 만큼 특단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기후학자 프리데리케 오토는 "만약 라니냐 현상이 나타나 내년 기온이 올해보다 다소 떨어지더라도, 기후가 정상적이거나 안전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우리는 계속 폭염과 가뭄, 산불, 열대성 폭풍을 부르는 기후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지구 곳곳에서는 기후변화의 결과로 해석되는 자연재해가 이어졌다.

스페인과 케냐에서는 대홍수로 수백 명이 사망했고 미국과 필리핀에서는 대형 사이클론과 태풍이 발생했다. 남미 여러 지역은 가뭄과 산불로 고통을 겪었다.

세계 최대 규모 재보험사인 스위스리는 올해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3천100억달러(약 44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여전히 더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는 폐막일을 넘기는 진통 끝에 선진국이 2035년까지 연간 3천억달러(약 421조원)의 공공 재정을 부담하는 신규 기후재정 조성목표(NCQG·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에 합의했다.

선진국 부담액을 2009년 설정된 목표 1천억달러(약 140조원)의 3배로 늘린 것이지만, 기후변화의 위협에 노출된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이 여전히 충분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 기후 위기를 공공연히 부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재집권하면서 파리협정의 미래에도 암운이 드리운 상태다.

서맨사 버제스 C3S 부국장은 "올해 1.5도를 넘겼다는 것이 바로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도 "어느 때보다도 대담한 실천이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