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선거비용 제한액·보전 제도로 공평성 추구

제21대 대선 후보, 선거비용 588억원까지 사용 가능

대선 득표율 15% 넘으면 선거비용 전액 보전

대형 정당, 역대 대선서 선거 비용 거의 보전받아

오는 6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후보들이 나오면서 최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선거 비용을 어떻게 부담하는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에는 "돈이 없으면 대선 출마도 힘든 게 아니냐?", "대선에 표 많이 받으면 선거 비용 보전해준다고 하던데", "대선 선거비용에 액수 제한이 있나" 등 다양한 궁금증이 제기됐다.

막대한 돈이 필요한 대선에서 선거 비용은 출마 후보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방식으로 대선 선거 비용과 관련해 공평성을 기하고 있는 걸까.

◇ 대선 선거비용 제한액·보전 제도로 공평성 추구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 쓰는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광고, 홍보, 선거운동 인력 관련 비용이다.

대형 정당 후보들은 TV와 방송 매체를 활용한 대규모 홍보에 많은 돈을 쓰지만, 소수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은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디지털 매체나 특정 지역 유세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 선거는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중요한 과정이므로, 선거 운동의 자유와 공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과도한 비용 지출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대통령 선거에 대한 선거비용 제한액 및 보전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 선거비용 제한액을 두는 것은 한 후보가 일방적으로 많은 선거 비용을 써서 당선에 유리하게 되는 걸 막자는 취지다.

대통령 선거 관련 법령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의 선거비용 제한액은 공직선거법 제121조에 따라 산출된다. 산출 방식은 전국 총인구수에 950원을 곱한다. 여기에 전국 소비자 물가변동률을 감안한 선거비용 제한액 산정 비율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2022년 제20대 대선은 인구수 5천168만여명에 제한액 산정 비율 4.5%를 적용해 선거비용 제한액이 513억900만원이었다.

선거비용 제한액 산정 비율은 선거마다 바뀔 수 있으며 관할 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역대 선거비용 제한액을 보면 제15대(1997년) 대선은 310억4천만원, 제16대(2002년) 대선은 341억8천만원, 제17대(2007년) 대선은 465억9천300만원, 제18대(2012년) 대선은 559억7천700만원, 제19대(2017년) 대선은 509억9천400만원, 제20대(2022년) 대선은 513억900만원이었다.

◇ 제21대 대선 후보, 선거비용 588억원까지 사용 가능

제21대(2025년)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가 사용할 수 있는 선거 비용은 588억여원으로 결정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선거비용 제한액을 588억5천281만원으로 공고했다.

이는 전국 총인구수에 950원을 곱한 금액에 전국 소비자 물가변동률을 고려한 선거비용 제한액 산정 비율(13.9%)을 적용한 뒤 선거사무장 등의 총 수당 등을 가산해 산정한 액수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의 선거비용 제한액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이는 경제 성장, 물가 상승, 선거 운동 방식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제17대(2007년) 대선에서 제18대(2012년)로 넘어오면서 제한액이 급증한 것은 인구 증가와 전국 소비자 물가변동률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제19대 대선(2017년)에서는 509억9천400만원으로 줄었는데 이는 대통령 궐위로 인해 실시된 선거라서 제한액 산정 비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제18대(2012년) 대선의 제한액 산정 비율은 15.9%였지만 제19대(2017년) 대선에서는 3.8%로 조정됐다. 이후 제20대(2022년) 대선에서는 513억900만 원으로 소폭 늘었는데 이는 제한액 산정 비율이 4.5%로 다시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선거비용 제한액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인구 변화, 물가 변동, 그리고 선거의 특수성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결정됨을 보여준다.

선거비용 제한액은 후보자 간의 과도한 경쟁을 막고 경제력에 따른 선거 운동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역할을 했지만, 제한액 자체가 늘고 있어 여전히 상당한 재정적인 부담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제20대 대선 총람을 보면 제20대(2022년) 대선에 참여한 14개 정당이 선거 비용으로 총 1천175억3천400만원을 지출했다.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는 요건인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총 913억2천만원을 지출해 전체 지출액의 77.7%를 차지했다. 정당 및 후보자 1인당 평균 지출 신고액은 선거 비용 제한액의 16.4%인 83억9천500만원으로 제19대(2017년) 대선보다 9.2% 줄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이재명)의 선거비용 지출액이 487억5천3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의힘(윤석열)이 425억6천7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국가혁명당(허경영)이 73억3천700만원, 국민의당(안철수)이 70억8천500만원, 정의당(심상정)이 32억3천600만원, 우리공화당(조원진)이 21억8천만원, 통일한국당(이경희)이 18억6천400만원, 진보당(김재연)이 13억4천만원 순이었다.

◇ 대선 득표율 15% 넘으면 선거비용 전액 보전

이처럼 대선 선거비용 제한액은 후보자가 합법적으로 지출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는 재력이 없는 사람도 능력과 비전만 있다면 선거에 출마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선거비용을 보전해주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선거 공영제의 원칙에 따른 것으로 헌법 제116조에서도 선거 운동의 기회균등과 선거 비용의 국가 부담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선거비용 보전액은 실제 지출액 중 일정 비율을 국가에서 환급해주는 금액으로 선거비용 제한액 범위 내에서 이뤄진다.

공직선거법 제122조의2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의 경우 후보가 당선되거나 사망한 경우 또는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 후보가 지출한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후보의 득표수가 유효투표 총수의 10% 이상~15% 미만인 경우에는 후보가 지출한 선거비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는다. 반면 득표수가 유효투표 총수의 10% 미만인 경우에는 선거비용을 단 한 푼도 못 받는다.

예비 후보가 사용한 선거비용이나 통상 거래가격을 정당한 사유 없이 초과한 비용, 회계보고서에 보고되지 않거나 허위로 보고한 비용은 보전해주지 않는다.

선거비용 보전 제도는 재정적 제약으로 인해 선거 출마를 포기하는 사례를 줄이고, 다양한 배경의 후보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10% 미만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에게는 아무런 보전이 없어 소수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에게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전 기준인 득표율 10%와 15%는 후보들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해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 무리한 선거 운동을 유도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 대형 정당, 역대 대선서 선거 비용 거의 보전받아

위키백과 등에 따르면 제17대(2007년) 대선은 이명박(한나라당),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 이회창(무소속) 후보가 주요 후보였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은 약 348억원(지출액 약 374억원), 정동영 후보 측은 약 382억원(지출액 약 400억원), 이회창 후보 측은 약 130억원(지출액 약 144억원)의 선거비용을 보전받았다. 세 후보 모두 1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제18대(2012년) 대선의 경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51.6%,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48.0%의 득표율로 새누리당은 약 453억원, 민주통합당은 약 467억원의 선거비용을 보전받았다.

제19대(2017년) 대선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모두 15% 이상의 득표율을 보여 더불어민주당은 471억원, 자유한국당은 330억원의 선거비용을 받았다.

제20대(2022년)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48.6%,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47.8%의 득표율을 기록해 모두 선거비용 전액 보전 대상에 해당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431억원, 국민의힘은 394억원의 선거비용을 지원받았다.

반면 제20대 대선(2022년)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2.37%의 득표율로 선거 비용 보전 기준에 미치지 못해 한 푼도 받지 못했고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도 0.83%의 득표율로 보전 기준에 미달했다.

이를 두고 선거비용 보전 기준인 10%와 15% 득표율이 너무 높다는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소수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은 기준이 너무 높아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며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선거 비용 지출을 막고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 후보에게까지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선거 자금의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문제도 꾸준히 제기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회계 보고서 심사와 감사를 통해 불법적인 선거 자금 사용을 방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거 후에도 자금 출처나 사용 내역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가 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비용 부풀리기 등 허위로 선거비용을 청구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선거비용 지출 관련 영수증·계약서 등 증빙서류 외에 실제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 등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선거 비용 보전 제도가 개인의 재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하지만, 여전히 높은 선거비용 제한액으로 인해 후보들은 개인적인 자금이나 후원금 모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선거 펀드 등을 통해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하지만 결국 자금 동원 능력에 따라 선거 운동의 규모와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의미의 '돈 안 드는 선거'를 실현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