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상기구 "산불 증가와 숲·해양 흡수 능력 상실이 원인"

지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을 뿐만 아니라 증가 속도 역시 가장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5일(현지시간) 발표한 온실가스 연보에서 지난해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23.9ppm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산업화 이전 대비 52% 증가한 수치라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2023∼2024년 1년 동안 늘어난 폭도 3.5ppm으로 관측이 시작된 1957년 이래 가장 가파른 연간 증가 폭을 보였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10년 동안의 이산화탄소 증가 속도는 1960년대의 정확히 3배에 달했다.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인류 문명에서는 볼 수 없었고, 80만년 이상 전에 존재했던 수준이라고 WMO는 전했다.

인간 활동과 관련된 다른 온실가스인 메탄과 아산화질소 역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WMO는 화석연료 사용이 줄지 않고 있는 데다 산불 증가가 지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숲과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줄어들면서 기후 변화를 가속하는 악순환이 초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 배럿 WMO 사무차장은 이산화탄소와 다른 온실가스에 갇힌 열이 지구 온난화를 부채질하고 더욱 극단적인 기후를 불러온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은 기후 변화를 막는 것은 물론 경제적 안보와 지역 사회의 복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WMO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근본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리협정을 통해 전 세계는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자고 약속했다.

WMO는 지난해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이 1.5도를 넘어섰지만 단일 연도의 상승보다는 장기적인 추세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온실가스 연보는 다음 달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공식 보고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