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처음으로 10위권 밖…트럼프의 강경 이민 정책 여파
2025년 헨리여권지수 발표
기존 무비자 철회로 하락세
미국의 비개방성 협력 약화
한국은 2위…싱가포르 1위
미국 여권으로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국가 수를 의미하는 '여권 파워' 순위가 사상 처음으로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14일 CNN 방송에 방송에 따르면 영국의 해외 시민권 자문 업체 헨리앤파트너스가 공개한 '헨리 여권 지수'(Henley Passport Index) 2025년 세계 여권 순위를 인용해 미국의 여권 파워가 12위라고 보도했다. 미국인은 현재 180국에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데, 이는 말레이시아와 같은 순위다.
미국의 여권 파워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건 헨리 앤드 파트너스가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순위를 발표한 지 20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은 2014년 같은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이후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국가 숫자가 줄며 순위가 계속 떨어졌다. 지난 7월 공동 10위를 기록했다가 이번에 12위까지 내려온 것이다.
미국 여권 파워의 약세는 최근 몇몇 국가에서 시행한 입국 제한 조치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4월 브라질은 상호주의 부족을 이유로 미국·캐나다·호주 시민의 무비자 정책을 철회했다. 베트남 역시 무비자 입국 대상국에서 최근 미국을 제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여권 파워 강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규제를 대대적으로 강화한 가운데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불법 이민뿐만 아니라 관광·취업·유학 비자로 미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에 대한 심사까지 강화하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상호주의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여권 파워 1위 국가는 싱가포르로 193국을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직전 조사 결과와 동일한 2위(190개국 무비자 입국)를 기록했다. 일본은 3위(189개국)로 아시아 국가들이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중국과 북한은 각각 64위(82국)과 100위(38국)에 이름을 올렸다.
최하위권은 아프가니스탄(106위·24국), 시리아(105위·26국), 이라크(104위·29국) 등 중동 국가들이 차지했다.
헨리앤드파트너스 회장이자 여권 지수를 고안한 크리스찬 캘린 박사는 미국 여권 영향력 약화에 대해 "단순한 순위 변동을 넘어 세계 이동성과 소프트파워 역학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한다"며 "개방성과 협력을 수용하는 국가들은 앞서나가지만, 과거의 특혜에 머물러 있는 국가들은 뒤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헨리 여권 지수는 유엔 회원국 193국에 대만과 마카오 등 6곳을 더해 총 199국을 대상으로 여권 소지자가 무비자 또는 입국 시 비자 발급 등 사실상 무비자로 갈 수 있는 곳을 조사해 결과를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