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2014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그녀(Her)'는 근 미래에 인공지능(AI) 음성 챗봇과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빠진 한 남성의 기구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그런데 나름 공상과학(SF) 장르이기도 한 이 영화가 10년도 채 되지 않아 현실이 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한 소셜미디어 스타(인플루언서)가 최근 1분에 1달러(1천340원)씩 받고 인공지능(AI) 음성 챗봇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3세 여성 인플루언서인 카린 마저리는 이번 주 GPT-4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기술을 채용해 자신의 목소리와 버릇, 성격 등을 복제해 만든 AI 음성 챗봇인 '카린 AI'를 이용한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냅챗에서 근 200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인 마저리는 하루 종일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고 있지만, 98%가 남성인 팬들은 끊임없이 메시지와 요청사항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카린 AI를 서비스하게 됐는데, 이 시스템은 마치 자신과 실제로 대화하는 듯한 몰입적인 경험을 팔로워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마저리는 카린 AI가 출시 첫 주에만 10만달러(약 1억3천400만원)가 넘는 매출을 기록했고 서비스 이용 대기자가 수천 명이라면서, 향후 500만달러(약 66억9천800만원)의 월 매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카린 AI를 만든 '포에버 보이스'는 이 프로그램은 팬들이 감정적인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여자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경험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새로운 AI 친구 사업 구상의 하나로 개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메이어 포에버 보이스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오프라인 시대의 유명인들과 달리 인플루언서들은 팔로워와 깊은 유대관계를 형성한다면서, 카린 AI 같은 서비스가 인플루언서와 팔로워의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여러 인플루언서들이 관심을 보고 있다고 소개하고, 5년 뒤에는 많은 미국인이 다양한 AI 친구를 가지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인간관계를 구성하는 요소가 되는 매우 다양한 미래가 시작됐다고 언급하고, 그러나 악용 여지도 있기에 여러 안전장치를 두고 있으며 조만간 최고윤리책임자를 임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마저리도 카린 AI 이용자 중 일부가 성적으로 노골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며 이는 자신이 원하고 있는 방향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팬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카린 AI를 만든 것이지, 성적인 욕구 해소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카린 AI가 명성을 얻으면서 'AI 여자친구'라는 컨셉에 분노한 사람들로부터 협박도 받고 있고 이로 인해 거처도 옮기고 보안팀도 새로 꾸려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카린 AI와 같은 서비스를 인간성의 종말로 보는 듯하다면서, 그렇지만 다른 온라인 유명 인사들이 자신들의 AI 챗봇을 내놓기 시작하면 이런 분노도 가라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1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포에버 보이스의 지분은 100% 메이어 CEO가 보유하고 있으나 카린 AI가 화제가 되면서 투자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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