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회고전' 윤여정 LA 인터뷰

한국계 앤드루 안 감독과 6월부터 촬영

"한국 영화 위상이 높아져서 생긴 일이죠. 제가 참 운도 좋다고 생각해요."
배우 윤여정은 17일 LA 아카데미영화박물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며 아카데미 측이 그의 연기 인생을 조명하는 회고전을 마련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은 이날부터 오는 25일까지 윤여정의 반백 년 연기 인생을 조명하는 특별 상영 프로그램 '윤여정: Youn Yuh-jung'을 열고 그의 대표작 8편을 상영한다.
윤여정은 2021년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오스카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는 이후 개인적인 삶이나 연기 인생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며 "상이라는 건 해피 서프라이즈(surprise)이고, 나에게는 해피 액시던트(accident) 같은 것이었다. 받는 순간에 기쁘고 잊어버려야지, 그걸 받았다고 해서 뭐 달라지고 그러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젊은 시절 자녀들을 키울 때는 싱글맘이었던 탓에 연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고, 60대의 어느 나이가 되어서야 자신이 함께하고 싶은 감독, 작가를 고를 수 있게 됐다면서 "그게 내겐 사치였다"고 돌아봤다. 본인이 원하는 작품을 하게 된 이후의 연기 인생에 대해서는 "(연기)할 때는 힘들고 고되지만, 고통스럽진 않은 것 같다"며 "어떤 한 인물을 내가 감독과 같이 만들어냈다는 그런 생각은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아카데미영화박물관에서 상영하는 대표작 8편 중에는 '화녀'를 다시 보고 싶다면서 "몇 년 전에 다시 봤는데 김기영 감독의 천재성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시절에 저런 영화를 만드셨구나, 세상에 대단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좀 더 오래 사셨으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올해 76세인 윤여정은 건강 관리에 대해서는 "비실비실하면서도 아무튼 뭐 그냥 꾸준히 13년 동안 일주일에 두세 번 운동을 한다"며 "근육이 잘 없어지기 때문에 활동하려면 근육 운동 같은 걸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한국계 미국인 감독 앤드루 안이 메가폰을 잡는 영화로, 오는 6월부터 캐나다 밴쿠버에서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영화는 대만 출신 리안 감독의 1993년작 '결혼 피로연'을 리메이크해 한국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날 회고전의 첫 작품 '미나리'를 상영한 뒤 무대에 오른 윤여정은 현지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평소에 즐겨 입는 청바지와 티셔츠, 재킷 차림으로 관객들 앞에 나선 그는 이날도 막힘 없는 영어로 아카데미 측 사회자와 함께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