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집 부엌서 끓는 냄비 들었다가

정당방위 주장 백인 경찰
해고되고 살인혐의 기소

일리노이주에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흑인 여성이 끓는 물이 든 냄비를 들었다는 이유로 출동한 경찰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CNN에 따르면, 지난 6일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서 흑인 여성 소냐 매시(36)는 자신의 집에 침입자가 있다고 생각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 숀 그레이슨(30)은 동료와 함께 현장에 도착했고, 집 주변을 수색했으나 아무도 찾지 못했다고 매시에게 전했다. 경찰들이 매시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지만, 매시는 "도움이 필요한 것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경찰은 집 안으로 들어가 집을 둘러보며 매시에게 운전면허증을 요구했다. 매시가 신분증을 찾던 중 경찰들은 스토브 위에 끓는 물이 담긴 냄비를 발견하고 매시에게 그것을 치우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매시가 냄비로 다가가는 순간 상황은 돌변했다.
경찰의 보디캠 영상에는 그레이슨이 총을 꺼내 매시에게 겨누는 모습이 담겨 있다. 당시 매시는 끓는 물이 담긴 냄비를 싱크대에 쏟으며 "나는 예수의 이름으로 당신을 꾸짖습니다"라고 반복해서 말했고, 그레이슨은 매시에게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아니면 당신의 얼굴을 쏴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시가 "미안해요"라고 말하며 싱크대에 숨어 냄비를 들어 올리자 그레이슨이 "냄비를 내려놓으라"고 소리친 후 총소리가 세 번 들렸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매시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그레이슨은 해고됐으며 지난 17일 체포됐다. 현재 그는 1급 살인 등으로 기소됐는데, 재판에서 매시가 끓는 물을 뿌리려 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유족 측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매시가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었지만 경찰에게 공격적으로 대하지 않았다"며 "그녀는 단지 도움의 손길이 필요했을 뿐이다. 얼굴에 총알을 맞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각각 성명을 내고 '흑인 생명의 소중함(Black Lives Matter)'을 강조하며 "그녀의 죽음은 흑인인 미국인들이 안전에 대한 두려움에 직면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을 상기시켜 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