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 연은 총재 "노동시장 둔화 확인…다음 회의까지 나오는 정보 모두 활용"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지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급 금리인하 기대까지 나오지만, 실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뉴욕타임스는 5일(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컷'(Big Cut)을 기대하는 것을 넘어서 긴급 금리인하에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증시 강세론자'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제러미 시겔 교수도 연준이 노동시장 부진에 대응해서 0.75%포인트 규모의 긴급 금리인하를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겔 교수는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미 기준금리는 현재 3.5∼4.0%에 있어야 한다"며 "긴급 금리인하에 이어 9월 0.75%포인트 추가 인하도 시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연준이 9월 예정된 회의 전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작으며, 특히나 경기침체에 돌입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준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이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긴급 금리조정을 하는데, 지금은 주가가 떨어지긴 해도 질서가 유지되는 등 훨씬 양호한 상태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JP모건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는 "긴급 금리인하는 신용 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금융 시스템이 마비되는 시기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CNN도 연준이 긴급 금리인하를 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며, 만약에 단행할 경우 오히려 공포감을 조장하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금리를 당장 내린다고 해도 경제 전반에 효과가 나기까지는 1년은 걸릴 수 있으므로 그다지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 고문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영국 케임브리지대 퀸스 칼리지 총장도 긴급 금리인하를 하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 고위 인사들도 금리인하 신호를 주면서 금융시장 안심시키기에 나섰지만 긴급 금리인하에는 선을 그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저녁 하와이에서 개최된 한 포럼에서 "노동시장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너무 둔화해서 침체로 가지 않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데일리 총재는 다만 노동 시장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불분명하다며, 7월 고용 보고서에는 일시적 요인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용보고서를) 들여다 보면 속도가 느려지고 있지만 절벽에서 떨어지진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가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 총재는 "사람들은 (금리인하 폭이) 0.25%포인트인지 0.50%포인트인지, 2회인지 3회 연속인지 묻곤 한다"며 "연준은 경제에 필요한 것이 명확해지면 이행할 태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회의까지 더 많은 정보가 나올 것이고, 우리는 이를 모두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데일리 총재가 다음 달 큰 폭 인하가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한편, 긴급 금리인하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꼽히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이날 CNBC 방송 인터뷰에서 "고용지표가 기대보다 약하게 나왔지만 아직 경기침체 상황 같지는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경제가 어디로 향하는지 (실제 상황이 아닌) 전망에 의존하고 싶어 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일 발표된 7월 고용지표에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또 통계가 수정될 수도 있기 때문에 7월 지표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굴스비 총재는 "고용, 물가, 금융안정 중 어느 하나라도 악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경제 여건들이 줄이어 집단으로(collectively) 들어오기 시작한다면, 우리는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션와이드의 금융 시장 이코노미스트 오렌 클라크킨은 "7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48.8)보다 높은 51.4를 기록하며 확장 국면에 들어선 점은 급격한 경기 침체에 관한 두려움과 경제 연착륙을 위해 빠른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는 우려를 덜어준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컨설팅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북미 부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브 브라운은 "경제 연착륙이 여전히 가장 유력한 결과"라며 "그렇지만 경착륙 위험이 커진 가운데 시장이 계속 무질서하게 움직인다면 연준이 예상보다 빠르게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