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신고자로 지목된 또 다른 학생은 보복성 따돌림 피해 겪어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강원도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특정 학생을 타깃으로 삼아 단체대화방에서 성적인 조롱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딥페이크 성범죄를 연상케 하는 합성물을 대화방에 올리기도 했으며, 이를 목격하고 신고한 학생은 또래 학생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1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5월께 학생들이 인스타그램 단뎀(단체 DM의 줄임말)을 개설해 같은 반 A 학생을 성적으로 희롱하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A 학생 몰래 찍은 얼굴에 우스꽝스러운 사진 필터를 적용해 희화화하는 등 외모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말을 주고받았다.

지난 7월에는 나체 사진에 A 학생의 얼굴을 붙이고는 키득거렸다.

해당 대화방에는 A 학생은 없었으나 A 학생을 험담하는 대화는 수개월간 이어졌고, 학교 측은 8월 개학 직후 들어온 신고를 통해 대화방의 존재를 파악했다.

학교 측의 조사가 시작되자 학생들은 당시 대화방에 있었던 B 학생을 신고자로 의심하며 추궁하기 시작했다.

신고자로 지목되어 보복성 따돌림을 겪은 B 학생은 따돌림을 주도한 학생들을 학교폭력으로 신고했다.

그러자 그중 일부 학생은 "B 학생의 학교폭력 신고 행위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인 피해를 보았다"며 B 학생을 상대로 '맞 학폭 신고'로 대응했다.

불면증, 불안, 우울, 식욕 저하, 무력감 등을 느낀 B 학생은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으며 현재 학교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A 학생 역시 피해 사실을 알게 된 뒤로 학교에 나가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 학생 측은 따돌림을 피해 다른 학교로의 전학을 요청했으나 교육 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B 학생 역시 A 학생을 조롱한 대화방에 있었다는 사실로 인해 '가해 관련자'로 분류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넘겨졌기 때문에 심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원칙적으로 전학 승인이 불가능하다는 게 교육 당국의 설명이다.

B 학생 측은 대화방을 만든 주체가 아닌 데다 단순히 초대받아 들어왔을 뿐 A 학생을 함께 험담하거나 비방에 동조하지 않았고, A 학생 또한 B 학생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분을 원하지 않고 고마워하고 있는데 학폭위에 회부된 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B 학생의 부모는 "가해 학생들로부터 추궁과 따돌림 등 온갖 피해를 봐 더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렵다"며 "심의가 끝나야 전학 여부를 결정한다는 건 학교폭력을 목격하고 신고했다는 이유로 당장 따돌림 피해를 겪고 있는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도 우리 아이와 피해 학생이 없는 교실에서 가해 학생들이 정상적인 수업을 듣고 있다"며 "전학을 지체하지 말고, 하루빨리 평범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학폭위는 오는 19일 A 학생에 대한 성적 비하와 합성사진 게시와 관련한 학폭 사안과 B 학생이 겪은 따돌림에 관한 학폭 사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해당 학교의 교감 선생님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학교에서는 대화방에 있었던 아이들이 모두 가해 학생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어 대화방 인원 전원을 학폭위에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conan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