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농성' 교수들 마무리 기자회견…"겨울에 신규 진단 암 환자·중환자 늘어"
(청주=연합뉴스) 이성민 기자 = 의대 증원 취소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여온 의대 교수들은 13일 "의정 갈등이 장기화한다면 응급실 뺑뺑이뿐만 아니라 암 환자 뺑뺑이도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채희복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충효 강원대 의과대학·강원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박평재 고대의료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이날 충북대 의대 첨단강의실에서 단식 농성 마무리 기자회견을 열고 "올 겨울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건강검진은 연말에 집중되기 때문에 겨울에 새로 암을 진단받은 환자들이 늘 것"이라며 "하지만 겨울에는 호흡기계 질환과 심혈관, 뇌출혈 질환 역시 급속도로 증가하기 때문에 암 환자들이 중환자실 자리를 찾지 못해 뺑뺑이를 도는 경우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눈앞의 추석에 대해서만 대비하고 있지만 정말 두려워해야 할 시기는 이번 겨울"이라고 덧붙였다.
채 교수는 "충북대병원의 경우 전공의들이 떠난 뒤 원래 5~6개 정도 열리던 수술방이 3개만 열리고 있는데 한 곳은 응급 외상 환자를 수술하고 한 곳은 스탠바이를 해야 해서 정규 수술용은 한곳밖에 없는 셈"이라며 "겨울에 암 환자들이 증가하면 수술받을 곳을 찾지 못해 뺑뺑이를 겪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교수들의 사직이 잇따르며 당장의 지역 필수 의료도 위기 상황에 처했다고 강조했다.
채 교수는 "배장환 전 충북대병원 비대위원장이 사직한 뒤 그를 따라 들어왔던 교수들이 다 사직하고 있다"면서 "지난달 이미 신부전을 전공한 교수가 나갔고, 부정맥 전공하신 교수는 오는 24일 사직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가 빠지면 그 교수가 중심이 돼서 같이 일했던 팀이 망가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내년도 의대 증원이 취소되면 수험생들이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당장 피해를 입게되는 학생들보다 의료현장을 정상화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내년에 1천500명의 신입생이 들어오게 된다면 이들 역시 기존 학생들과 함께 수업받으면서 교육적으로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결국 의학 교육의 질을 유지할 수 없어 의평원(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평가에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 사태가 어떻게든 9월엔 정상화돼야 한다"며 "의대 증원 취소로 피해를 보는 1천500명의 수험생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이 결단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9일 삭발식을 갖고 이날까지 단식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교수는 이날까지 정부가 의대 증원 취소 요구에 대해 답하지 않으면 사직하겠다고 밝혔으나, 동료 전문의들의 만류와 지역의료를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사직의 뜻을 접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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