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이주자가 반려동물 먹는다' 트럼프 발언도 부추겨"
전용기로 토론회까지 동행…선거캠프 '접근 차단해야' 경계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이민자들이 주민들이 기르는 개, 고양이를 먹는다"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오하이오주 소도시 스프링필드에서는 폭탄 테러 위협이 이어졌으며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주민들의 삶을 위험에 빠트리는 "혐오 발언"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영국 언론들은 이 괴담의 출처로 '극우 음모론자' 로라 루머(31)를 주목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자칭 '백인 우월주의자'인 루머가 '아이티인들이 반려견과 고양이를 먹는다'는 트럼프 주장의 출처로 여겨진다"고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처음 맞붙은 TV 토론에서 스프링필드로 온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음모론을 언급, 논란을 일으켰다.
더타임스는 루머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서 며칠간 이 이야기를 퍼트렸고 바이든 행정부에서 불법 이민 문제를 맡아온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는 데 이를 활용하도록 트럼프 전 대통령을 부추긴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민자 문제가 미국 대선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트럼프 진영은 해리스 부통령이 국경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았다고 비판해왔다.
영국 BBC 방송은 대선 후보 TV 토론 전날인 지난 9일에도 루머가 120만 팔로워를 보유한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먹는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1993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태어난 루머는 극우단체인 '프로젝트 베리타스' 등에서 활동해왔다.
극우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루머는 9·11 테러가 미국 정부의 내부 소행이라는 등의 음모론과 반(反)이슬람을 설파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해리스 부통령이 흑인이 아니라는 주장 등의 음모론을 퍼트렸다고 BBC는 전했다. 이러한 거짓 선동으로 인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는 퇴출됐다.
2020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공화당 플로리다주 하원의원 후보로도 출마했지만 떨어졌다.
최근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TV 토론이 열린 펜실베이니아 필라델피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용기를 타고 간 것으로 전해졌고 토론 다음날인 지난 11일 9·11 테러 추모식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참석했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에서도 목격된 적이 있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루머에게 선거 캠페인 내 공식적인 역할을 주고 싶어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문들이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루머의 일부 영상을 트루스소셜에 공유하기도 했다.
더타임스는 "트럼프가 근거 없는 주장들을 퍼트리는 것으로 알려진 루머에게 자문해왔다"면서 "트럼프 측 인사들은 트럼프가 루머와 같은 분열을 일으키는 인물들의 말을 들으면서 '실책'(unforced errors)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 보좌관은 지난 1월 NBC 뉴스에 루머에 대해 "그(트럼프)를 위해 일하는 모든 사람은 그녀를 골칫거리(liability)로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캠프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BBC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와 가까운 익명의 소식통은 미국 인터넷 매체 세마포르에 루머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워진 것에 대해 그들(캠프)이 100%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트럼프 캠프가 그녀에게 어떤 가드레일을 두든 효과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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