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흑인 표심 공략…"후손에 자유·정의·연민의 나라 물려줘야"
이스라엘 지원에 성난 아랍계 달래기도 "전쟁 끝내는데 온힘 쏟겠다"
트럼프 언급 않고 통합 강조…막판까지 비방전 펼친 트럼프와 대조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11·5 대선을 이틀 앞둔 3일(현지시간) 경합주인 미시간에서 흑인과 아랍계 유권자 표심을 향해 막판 구애전을 펼쳤다.
해리스 부통령은 일요일인 이날 낮 미시간 최대 도시 디트로이트의 한 흑인 교회를 찾아 예배하고 무대에 올라 연설했다.
그는 '신이 우리를 위한 계획을 알고 있으며, 그 계획은 재앙이 아닌 선을 위한 계획이고, 미래와 희망을 주기 위한 계획'이라는 구약성경 예레미야서의 구절을 인용하며 반드시 투표할 것을 호소했다.
그는 "신(God)은 우리를 위한 계획이 있다"면서 "우리를 치유하고 하나의 나라로 모으는 계획, 자유를 위한 계획, 기회를 위한 계획, 정의를 위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계획을 믿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반드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기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말만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오늘 우리나라의 성격을 결정지을 순간을 앞둔 지금 예레미야의 예언이 매우 긴박하게 다가온다고 믿는다. 우리는 진정한 도전에 직면해 있고,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이번 대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우리를 위해 준비한 계획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우리의 일과 일상적 선택,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 그리고 민주주의를 통해 그 계획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 자녀와 손자들에게 어떤 나라를 물려주고 싶나. 혼돈과 공포와 증오의 나라, 자유와 정의와 연민의 나라 중 어떤 나라를 물려주고 싶나. 우리는 이틀 후면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힘을 가진다"며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믿음뿐 아니라 발로 투표장으로 걸어가자. 우리의 힘을 자유, 기회, 정의를 진전시키는 데 사용하자"라고 투표를 독려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교회 방문후 흑인 소유 상점이 많은 디트로이트 리버누아 지역과 폰티액의 이발소 등을 찾은데 이어 미시간주 랜싱의 미시간 주립대로 이동해 유세를 이어갔다.
해리스 부통령이 미시간 주립대에서 한 연설은 경쟁자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미래 지향적 비전 제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됐다.
4년전 백악관을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며 이날도 부정선거 관련 음모론과 해리스를 겨냥한 비방에 열을 올린 트럼프와 대조적으로 해리스는 좌우로 분열된 미국 사회를 치유하고 통합하기 위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 선거운동은 뭔가에 맞서고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뭔가를 이뤄내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이것은 모든 미국인이 존엄하고, 자유롭고, 기회를 지니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의견이 다른 이들을 '내부의 적'으로 지칭한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언급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NYT는 짚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유세에서 수만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가자지구를 겨냥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 이스라엘을 미국이 계속 지원하는데 분노한 미시간 주의 아랍계 주민을 다독이려는 노력 역시 보였다.
미시간은 주민의 2.4%가 무슬림으로 미국에서 아랍계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다.
해리스 부통령은 "가자지구에서의 죽음과 파괴, 그리고 레바논에서의 피란민 발생으로 올해는 어려운 해였다"면서 "이는 엄청나게 충격적이었다. 대통령이 된다면 나는 가자 전쟁을 끝내는데 모든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저녁 미시간주 이스트랜싱에서 유세를 하며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튿날에는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마지막 유세를 진행하고, 선거 당일에는 워싱턴DC에 있는 모교 하워드대학교에서 밤 늦게까지 개표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한편, 이날 NBC 뉴스는 미국의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는 여배우 클로이 모레츠가 지난 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서 본인이 동성애자란 사실을 커밍아웃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모레츠는 "이번 선거에는 정말로 많은 것이 걸려 있다. 내 몸과 관련한 결정은 나 자신과 내 의사에게서만 나와야 하며, 정부는 이와 관련해 어떠한 권리도 갖고 있지 않다고 믿는다"면서 "카멀라 해리스는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황철환 기자 min2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