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대미수출 62%나 급등
K콘텐츠 열풍에 라면 확산세
미국의 경제 심장이라고 불리는 뉴욕 한 복판, 그것도 전 세계 유동인구가 가장 많아 북적이는 타임스스퀘어 광장 전광판에 붉은색 글자 'Buldak'(불닭)이 반짝인다. 삼양식품의 인기 라면인 '불닭볶음면'의 광고다. 삼양식품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 100개국에 수출되고 있는 불닭볶음면과 불닭소스를 홍보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타임스스퀘어 광고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 이제 한국 라면은 일상의 음식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길거니라 공원에서 한국 컵라면을 먹는 타인종을 쉽게 볼 수도 있고 한국 마켓의 라면 섹션은 타인종이면 한번쯤 들러보는 마켓 코스가 될 정도다.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질주하고 있는 K-라면의 돌풍이 거세다.
K-라면의 돌풍은 미국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불고 있다. 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들어 한국 라면 수출액이 사상 최초로 10억 달러(10월 기준)를 돌파했다. 전년 동기보다 약 30% 증가한 10억2000만 달러다. 지난해 라면 수출 9억5200달러를 10개월 만에 달성했다.
10억 달러를 라면 개수로 환산하면 약 20억6522만개다. 1초에 79개, 1분에 4718개씩 수출된 셈이다. 면발 길이로는 지구를 약 2576바퀴 휘감는 길이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K-라면의 해외 수출의 주요 동인이다. 올해 3분기까지 K-라면의 대미 수출액은 1억5799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2.5%나 급등하면서 한국 식품 중 가장 높은 상승 폭을 보였다.
K-라면의 미국 현지 생산을 고려하면 미주 지역에서 K-라면 시장 규모는 더 크고 타인종으로 확산세가 빠르다는 게 한인 식품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K-라면 인기 배경에는 드라마 영화 등 한류의 힘이 있다. 영화와 드라마 속 배우들이 라면을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해 타인종들이 호기심을 가졌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릫기생충릮의 릫짜파구리릮와 세계적 인기를 누린 릫오징어게임릮의 삼양라면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타인종들이 라면을 먹거나 직접 요리하는 장면 등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 틱톡 등에 올리면서 라면 먹는 문화가 확산됐다.
한류로 시작된 K-라면 열풍은 라면업계의 발빠른 현지화 전략으로 더욱 확산됐다. 농심은 미국에서 깊고 긴한 국물과 풍성한 건더기를 좋아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릫신라면 골드릮를 2022년 출시했다. 삼양식품은 미국에서 서양식 풍미를 가미한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선보였는데 품절 대란을 빚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K-라면의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한국 라면업체들은 재빨리 국내외 공장 증설과 현지 판매 체계를 구축하는 등 수요 충족을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농심은 지난달 미국 제2공장에 용기면 고속 라인을 추가했다. 또 2026년 상반기까지 부산에 수출 전용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삼양은 2022년 5월 밀양1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올해 3월 불닭볶음면을 연간 6억8000만개 생산할 수 있는 밀양2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내년 5월 밀양2공장을 완공하면 라면을 연간 25억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오뚜기는 올해 라면 수출국을 전 세계 65개국에서 70개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