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산 거래시 리스크 프리미엄 올라갈 것"

대만과의 경쟁에도 악재 가능성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 해외 금융업계 등에서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 이번 일을 계기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증시가 다른 시장보다 저평가받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강화될 수 있다고 봤다.

계엄 여파로 선진 증시 지수에 편입되고 재벌들의 기업 지배를 개선하려던 당국의 시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경쟁 상대인 대만과 비교해 한국의 상대적 매력이 더 약해질 수 있다면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 등을 보유한 대만이 이미 인공지능(AI) 붐에서는 우위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계엄 사태에 따른 혼란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강화할 명분을 줬다면서 이날 한국 주가지수가 하락하고 원화 가치는 2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래스호퍼 자산운용의 대니얼 탄은 "장기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두드러질 것"이라면서 "한국 관련 자산과 주식·통화·채권을 거래하는 데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웃돈)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는 남북 대치와 재벌 중심의 불투명한 기업 경영 등이 꼽혀왔으며, 최근에는 경기 부진 및 미중 갈등 등도 우려 요인이었다. 여기에 계엄 사태도 부정적 요인으로 추가된 것이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9%가량 떨어졌고, 코스피 지수는 7% 정도 빠진 상태다. 8월 이후 국내 증시를 빠져나간 외국 자금은 140억 달러(약 19조7천억원원) 이상이다.

한편 웰스파고의 아룹 차터지 전략가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 행정부의 고율 관세를 시장이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몇 주간 외부 압력이 있었다"면서 "(여기에) 국내적 불확실성이 더해졌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글로벌 수출 수요 변화 등에 민감한 개방 경제라고 짚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그룹 홀딩스의 브라이언 마틴 애널리스트 등은 "시장은 이를 (한국) 국내 정치적 문제로 해석한다"면서도 "(프랑스 정국 불안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정치적 위험을 상기시켜줬다"고 봤다.

블룸버그의 노어 알 알리 전략가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자동적 반응은 대체로 (한국) 국내 자산에 국한됐다"면서도 한국의 광범위한 무역 관계를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여전히 세계적 여파를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율과 관련해선 MUFG의 리 하드먼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선진 경제에서 보통 일어나는 일(normal thing)은 아니다"라면서 원화에 대한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봤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윈 신 전략가는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달러 강세를 예상하면서 상황이 여전히 유동적이라고 진단했다.

TD증권의 마크 매코믹은 "정책당국자들이 원화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만큼 이날 큰 움직임 이후 변동성이 진정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국내 반도체업계에 여파가 미칠지도 주시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업계 영향이 불분명하다면서도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의존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런 만큼 SK하이닉스가 HBM 공급을 지속할 수 있는지가 세계 인공지능(AI) 발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경제매체 더스트리트는 엔비디아 주가에 새로운 위험 요인이 생겼다면서 "한국의 정치적 위기 등과 관련된 공급망 문제가 (엔비디아 신제품) 블랙웰 매출 전망에 영향을 끼치면서 엔비디아가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