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전·생필품 등 서둘러 구입
기업도 대선 직후 1년치 물량 선주문
트럼프 취임 후 물가 상승 우려 커져
"대선 이후 그동안 사고 싶던 것을 모두 사버렸다."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소프트웨어 컨설턴트로 일하는 크리스토퍼 푸트의 말이다. 그가 구입한 물건 목록에는 8087달러짜리 삼성 히트펌프, 3214달러에 산 LG TV를 비롯해 오디오(1081달러)와 밀레 진공청소기(509달러)가 올라 있다. 푸트는 "트럼프 취임하면 물가가 오를 것 같아 한꺼번 물건들을 구입했다"며 "1만2000달러 넘게 썼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도 재고 확보에 나섰다. 위스콘신주 소재 스킨케어 제품 판매회사 베어 보타닉스의 창업자 제이슨 주노드는 대선 직후인 지난달 6일 밤 중국의 공급업체로 연락을 취해 각질 제거 장갑을 5만달러 어치 물량을 한꺼번 주문했다. 주노드 창업자는 "이 물량은 1년 치 재고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트럼프 취임 전에 제품 3만여개가 무사히 도착하길 바란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산에 60%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을 밀어 붙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했다.
미국에서 때아닌 릫사재기 열풍릮이 불고 있다. 중국산을 비롯해 해외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임박해짐에 따라서다. 자동차와 가전제품, 생활용품 구매에 나서는 개인 소비자들뿐 아니라 1년치 물량을 선주문하는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취임 전 "일단 사놓고 보자"는 인식이 퍼지면서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관세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을 바꾸고 생활용품을 사서 쟁여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내 일부 기업은 수개월에서 최대 1년간 판매할 제품을 미리 주문해 놓는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지난 10월부터 중국의 대미 수출량은 늘어나기 시작했고, 중국의 10월 수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13% 증가했다고 WSJ은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모든 수입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대선 승리 이후에도 캐나다와 멕시코산 수입품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사재기 열풍의 후폭풍으로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잇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사재기가 많아 공급이 부족해지면 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