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경고…"이점 검증 안 돼, 오히려 정신적 충격 초래 가능성"
"매디슨 총격 용의자, 순탄치 않은 유년기…부친과 사격장 방문 정황"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발생한 15세 여학생의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 학교에서 진행 중인 총격 대비 훈련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총격 대비 훈련이 실질적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총격범에게 잠재적인 예행연습을 제공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ABC방송은 19일(현지시간) 총격 대비 훈련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소개했다.
총격 대비 훈련은 교내에서 실제로 총격 사건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모의 훈련이다.
2017년 미국 교육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공립학교의 95% 이상이 이런 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40여개 주에서는 이런 훈련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훈련이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총격범에게는 범행을 준비하는 지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총기 규제 옹호 시민단체 '에브리타운 포 건 세이프티'(Everytown for Gun Safety)의 사라 버드-샤프 선임연구원은 "학생들이 참여하는 총격 대비 훈련의 효과를 입증할 연구는 너무 적은 반면 지속적인 피해에 대한 증거는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훈련을 어떻게 시행할지에 관한 기준이 제대로 확립돼있지 않아 일부 학교에서는 교직원이 총격범으로 분장해 실제 사건처럼 시뮬레이션하는 과한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버드-샤프가 지난 2021년 33개 주 114개 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제 사건처럼 꾸민 시뮬레이션 훈련이 진행된 경우 3개월간 학생들의 불안과 우울이 약 4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정신건강 어려움을 겪고 있었거나 총격 사건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 경우에는 충격이 더 컸다.
2021년 미시간주 옥스퍼드 고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생존자 레베카 슐러는 사건 이후 많은 친구가 자체 총격 훈련을 실시하는 학교로 전학했지만, 훈련으로 다시 트라우마를 겪었고 일부는 공황발작을 일으키기도 했다고 밝혔다.
버드-샤프는 또 2016년 뉴욕 경찰청 보고서를 인용해 "학교 총격범 4명 중 3명은 재학생이거나 전학생이어서 여러 차례 총격 대비 훈련에 참여한 이력이 있었다"며 "훈련이 잠재적 총격범에게 사건 이후의 일에 대한 로드맵을 제공하는 셈"이라고도 주장했다.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참사 유족들이 결성한 비영리단체 '샌디훅 프로미스'는 총격 대비 훈련에 보다 엄격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훈련을 사전에 의무적으로 공지하고 학생들이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정기적인 검토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짜 총알과 피를 사용해 참가자에게 트라우마를 안기거나 신체적 부상을 초래할 수 있는 훈련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했다.
일부 주에서는 이미 지나치게 현실적인 훈련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도 시작되고 있다.
지난 7월 뉴욕주에서는 사실적으로 재현한 훈련을 금지했고 켄터키주 교육부도 극적인 시뮬레이션은 피하도록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에게 총기를 안전하게 보관하도록 하고 학생들에게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목격한 경우 안전하게 피할 수 있는 곳을 알리는 등의 예방전략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매디슨 총격 사건의 용의자인 나탈리 럽나우(15)는 부모의 이혼 등으로 순탄치 않은 유년기를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워싱턴포스트(WP)가 입수한 법원 기록에 따르면 럽나우의 부모는 그가 두살 때였던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세 차례나 결혼과 이혼을 반복했다.
부모가 두 번째로 이혼한 2020년부터 럽나우는 양육권 문제로 2∼3일마다 양측 부모의 집에 번갈아 옮겨 다녀야 했고 세 번째 이혼 시점부터는 대부분의 시간을 부친과 함께 보냈다.
럽나우의 부친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4개월 전 딸이 사격장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공유하기도 했다.
사진 속의 럽나우는 'KMFDM'라는 글자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KMFDM은 1980년대부터 활동한 독일의 록그룹이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꼽히는 1999년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교 총격 사건의 범인이 웹사이트에 KMFDM의 음악 '스트레이 불릿'(Stray Bullet)을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올해 초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발생한 페리 고교 총격 사건의 범인도 같은 음악을 배경으로 깐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