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휘는 결혼식 축의금 고민에
[중국]
청년들 과도한 부담 토로에
관영매체, 가이드라인 제시
중국 젊은이들이 과도한 결혼식 축의금에 골머리를 앓자 관영 매체들이 돼지고기 한 근 값을 축의금으로 내는 농촌 지역 풍습에 대해 다루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중국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8일 중부 후난성 주저우의 룽샤 마을 풍습이 최근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마을 사람들은 혼례나 장례를 열 때 돼지고기 500g(중국의 한 근)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축의금·조의금을 낸다"며 "이런 전통은 소박하지만 따뜻한, 물질적 부보다 생각과 감정을 중시하는 농촌 공동체 문화를 보여준다"고 했다.
후난일보도 '돼지고깃값 축의금' 풍습을 보도하며 "주저우 차링현에선 고기 한 근 값이 10위안(약 2000원)이면 10위안을, 12위안(약 2400원)이면 12위안을 낸다"고 전했다. 후난일보는또 "일부 지역의 결혼 관습이 원래 궤도를 벗어나 경쟁과 사치에 빠졌다"며 "고액의 차이리(결혼식 때 신랑이 신부 가족에 주는 돈)와 호화로운 결혼 연회, 번거로운 의식은 부담과 괴로움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혼례의 본질을 어느 정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청첩을 받아 결혼식에 참석하면 '펀쯔첸'이라고 불리는 축의금을 내는 게 관습이다. 통상 빨간 봉투에 현금을 넣어 주는데, 이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서북부 산시성 타이위안에 사는 대학생 자오이슝은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필요한 돈 1천위안(약 19만3천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할 상황이다. 그는 현지 관행에선 축의금 최소 금액이 800위안(약 15만4천원)으로 정해져 자신과 같은 젊은 층에는 상당한 재정적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최근 주변 대졸 취업자 평균 월급이 4천위안(77만2천원)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엔지니어 어우양(33)씨도 연휴 기간 몰려드는 청첩장에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청년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의 93%는 축의금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한 51%는 축의금을 낼 때 재정적 부담과 함께 사회적 압박도 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