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제2의 오바마'부커 의원, 25시간 5분간 트럼프 비판
68년만에 역대 최장 상원 연설신기록…새 리더 부상
“미국이 진심으로 위기에 처했다고 믿기 때문에 일어섰다.”
지난달 31일 오후 7시부터 1일 오후 8시 5분까지 워싱턴 의회에서 연설하며 25시간 5분이라는 ‘역대 최장 상원 연설’ 기록을 세운 코리 부커 민주당 상원의원(56·뉴저지)은 연설을 시작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무박 2일간의 이번 연설로 1957년 스트롬 서먼드 당시 민주당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이 흑인 참정권을 위한 민권법에 반대하며 24시간 18분간 연설한 기록을 68년 만에 깼다.
부커 의원은 연설 후 취재진에게 “며칠간 금식했다”고 밝혔다. 그는 연설 중 생리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음식물 섭취를 중단했다. 30일 밤부터는 물조차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1505분간 연설하면서도 화장실을 가지 않을 수 있었다. 발언 내내 그의 앞에는 물 두 잔과 휴지만 있었다.
부커 의원은 연설 시작 직전 ‘X’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최측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대해 “미국의 법치주의, 헌법, 미 국민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후 편한 테니스화 신발을 신고 두툼한 서류철을 들고 상원 연단에 선 그는 “내 몸이 허용할 때까지 상원의 정상 업무를 중단시키겠다”고 선언했다. 또 연설 내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연방정부 구조조정, 건강보험 축소, 고립주의 외교정책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가 서먼드 전 의원의 기록을 깬 순간엔 회의장 안의 민주당 동료 의원들이 환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당적이 다른 케빈 크레이머 공화당 상원의원도 “타고난 연설가”라고 호평했다. AP통신은 지난해 대선 패배로 지도력 공백에 빠진 민주당에서 부커 의원이 반(反)트럼프 진영의 핵심 인사로 발돋움했다고 평가했다.
부커 의원은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 학사, 사회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3년 뉴저지주 최초의 흑인 상원의원이 됐다. 아프리카계 혈통, 젊은 나이에 상원의원에 오른 이력, 명문대 출신의 법조인 등이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과 비슷해 일각에선 ‘제2의 오바마’, ‘오바마 후계자’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