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지도 않았는데 우리집 주소를 어떻게 알고…"
[뉴스진단]
캘리포니아 등 최소 7개주서 수백 건 신고
대부분 트럼프행정부 정책 관련 소송 담당
"당신 집 안다" 위협 메시지…사법부 협박
극성 지지자들 소행 추정, FBI 수사 요청
미국 판사들의 집으로 시키지도 않은 피자 배달이 이어지면서 판사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처럼 피자를 배달받은 판사들이 대부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관련한 소송을 담당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월부터 미국 연방 판사들의 집에 무단 피자 배달이 이어지고 있다"며 "최소 7개 주(州)에 걸쳐 발생했으며 수백 건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일부 피자는 판사 가족 이름으로 주문됐으며, 판사 가족 집에도 알 수 없는 피자 배달이 이뤄졌다.
이렇듯 주문하지도 않은 피자가 무차별적으로 배달되는 사건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사법권에 대한 위협으로 여겨지고 있는 가운데 연방보안관청(USMS)은 이를 사법부에 대한 조직적 괴롭힘이자 협박으로 간주, 수사에 착수했다.
일부 피자는 판사 가족 이름으로 주문됐으며, 판사 가족 집에도 알 수 없는 피자 배달이 이뤄졌다. 판사들은 피자 주문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우리가 당신의 집을 알고, 자녀도 알고 있다’는 위협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에 근무하는 미셸 차일즈 판사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달간 7건의 피자 배달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중 한 건은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정부 감시 기구 직원을 해임하려고 한 사건 판결에 참여한 직후에 배달됐다고 전했다. 이후에도 그가 대학 강의나 팟캐스트를 통해 법치주의나 사법부에 대한 위협에 대해 발언할 때마다 피자 배달이 이어졌다.
차일즈 판사는 "사법부가 사건에 대해 중립적으로 접근하려면 판사가 위협받지 않는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라며 "판사 위협 행위는 명백한 민주주의 훼손"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취임 이래 사법부를 겨냥해 강도높은 비난을 이어가는 가운데 판사에 대한 위협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권한을 이용한 정책 시행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자 판사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달엔 베네수엘라 국적자 수백명을 범죄조직원으로 지목해 엘살바도르로 추방하려 한 조치를 일단 중단하라고 명령한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에 대해서는 실명까지 거론하며 “대통령의 권력을 찬탈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방 판사를 겨냥한 위협 정황에 대해 상원 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 딕 더빈 의원은 법무부와 미연방수사국(FBI)에 즉각 수사를 요청했다. 더빈 의원은 "이건 단순한 장난이 아닌 의도적 위협"이라며 오는 20일까지 수사 진행 상황을 공식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에선 판사 협박 사건이 갈수록 사회 문제가 되어 가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작년 12월 공개한 ‘대법원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판사를 대상으로 한 위협은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연방 보안관들은 1000건 이상의 심각한 위협을 조사했고, 약 50명을 형사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