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시를 한국에서 보내며 책 몇권을 사서 읽었습니다. 그 중에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의외로 우리에게 친숙한 라틴어들이 많았습니다. 새해 아침에 마음에 새기고 싶은 친숙한 라틴어 몇 마디를 정리해 봅니다.
먼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잊지마라!)입니다. 로마 공화정 시절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에게 허락되는 개선식은 독특한 전통이 있었습니다. 개선장군은 네 마리의 백마(에쿠스)들이 이끄는 병거를 타고 시내 퍼레이드를 합니다. 로마 시민의 환호와 칭송을 받는 이 황홀한 시간에 장군은 "메멘토 모리!" 라는 말을 듣습니다. 노예 하나가 장군의 옆자리에 앉아 장군의 귀에 대고 "메멘토 모리(죽음을 잊지 마십시오!)"라는 말을 속삭였답니다. 이는 개선 장군에게 너무 우쭐해하지 말라고 하는 경고였습니다. 인생의 종말을 의식하라는 엄숙한 명령입니다. 새해 순간 순간 메멘토 모리의 정신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둘째,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을 잡아라!)입니다. 이는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가 농부들을 위해 쓴 시의 마지막 구절에 나오는 말입니다. 그는 오늘을 활용해서 농사에 충실하라고 말했는데, 쾌락주의자를 포함한 후대의 사람들은 "오늘을 즐겨라!"라는 의미로 사용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우리 역사에서는 지봉유설을 쓴 실학의 선구자 이수광(1563~1628)이 현재를 굳게 잡으라고 가르쳤습니다. 오늘에 충실하라!는 말인 카르페 디엠과 일맥상통합니다. 과거와 미래에 사로잡히지도 말고, 오늘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아모르 파티'(Amor fati! 인생을 사랑하라!)입니다. 근래에 모 가수의 노래 제목으로 잘 알려진 말입니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라는 말입니다. 주어진 삶을 사랑하고 그 삶을 충실하게 걸어가는 것이 인생을 슬기롭게 사는 비결입니다. 새해에는 우리 삶을 더 사랑하고 더 충실히 살기를 바랍니다.
넷째, 혹 퀘베 트랜즈빗 (Hoc Queque Transibit 이것도 지나가리라!)입니다. 유태인 지혜서 '미드라쉬'에 있는 이야기랍니다. 다윗 왕이 궁중 세공인에게 명령했습니다. "나를 위한 반지를 하나 만들라. 반지에는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치 못할 때 그것을 조절할 수 있고, 내가 큰 절망에 빠졌을 때 용기를 줄 수 있는 글귀를 새겨라!" 세공인은 명령대로 반지를 만들며 어떤 글귀를 새겨야 할 지 고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고민하던 그가 솔로몬 왕자에게 찾아가서 도움을 청할 때 가르쳐 준 말이 이 말이랍니다. 기가 막힌 표현입니다. 고통도 영광도 지나갑니다.
이말을 기억하며 새해를 살면서 교만도 낙망도 극복하면 좋겠습니다.
2020-01-06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