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톨 프랑스(Anatole France)는 서적상의 아들로 태어나 일생을 책과 더불어 보낸 프랑스 작가입니다. 그는 인간의 불완전함과 종교적 광신을 풍자하면서 유럽사회를 지배한 천주교의 모순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작품들을 남겼고, 문학적 탁월성을 인정받아 1921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아나톨 프랑스의 ‘성모 마리아의 곡예사’는 유명한 풍자소설입니다. 바르나베는 무명 곡예사였습니다. 그는 유명하지 않았지만 사람들 앞에서 낡은 양탄자를 깔고 온갖 묘기를 선보이는 성실한 곡예사였습니다. 묘기를 보이다가도 때가 되면 성당을 찾아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기도를 했습니다.
비가 내려 재주를 부릴 수 없었던 어느 날, 맥없이 걷다가 수도원 원장 신부를 만납니다. 그는 돈을 벌지 못한 날이라 저녁도 먹지 못했지만 신부님과 함께 길을 걷는 것이 너무 좋아 시장기도 잊은 채 따라 걸었습니다. 함께 걸으며 곡예사는 신부에게 “신부님! 저도 신부님처럼 날마다 미사를 드리고, 찬미하고 싶습니다. 저는 하나님을 섬기고 싶습니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저는 모든 것을 다 받치겠습니다.” 라고 고백합니다.
그의 진실한 고백에 감동된 수도원 원장의 초청으로 그는 수도원에 들어갑니다. 수도원에는 모든 수사들이 열심히 하나님을 섬기는데, 수도원에서 곡예사는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는 원장을 찾아가 자신의 무능과 하나님을 섬길 방법이 없음을 하소연합니다. 이에 원장은 "각자의 '최선'을 하나님께 드리면 된다!"합니다. 그 날부터 곡예사는 주님께 드릴 ‘최선’을 찾았습니다.
언젠가부터 곡예사는 수도원 구석 작은 예배당에 혼자 머뭅니다. 많은 사람들이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그의 수상한 행동이 수도원의 화제였습니다. 궁금증이 극에 달한 수도원장과 몇몇 신부들이 곡예사가 있는 예배당 창문 틈으로 그를 엿봅니다. 아무도 없는 예배당에서 얼굴에 분칠을 하고 곡예사 복장을 한 바르나베는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곡예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경악한 수도원장과 수도사들이 소리를 지르며 성당 안으로 뛰어 들어가려는 순간, 믿지 못할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혼신을 다해 재주를 부리고 지쳐 쓰러진 곡예사에게 벽에 서 있던 성모상이 성큼 성큼 내려가 자신의 옷자락으로 곡예사의 땀을 닦아주었습니다.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원장과 신부들에게 곡예사가 나직하게 말합니다. “다 보셨군요! 죄송합니다만 이것이 제가 하나님께 드릴 '최선'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곡예사의 곡예를 하나님(성모)께서는 기쁘게 받으신 것입니다.
이 작품은 천주교 문화가 배경입니다. 성모 마리아가 마치 하나님처럼 곡예사의 헌신을 인정해 주는 것은 다소 지나친 구성입니다. 그러나 작품의 메시지는 기독교적입니다. 소설이 주는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이 가진 재능과 은사로 섬김을 기뻐하신다' 메시지는 기독교의 직업 소명론을 지지합니다.
필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삼류 마술사 같이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하나님 나라를 묵묵히 섬기는 하나님의 종들에게 이글을 바칩니다. 오지에서 일하시는 선교사님들, 작은 교회를 섬기며 하나님나라를 세워가는 목회자들, 그리고 조용히 헌신하는 사역자들께 이글을 바칩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마에 흐른 땀을 주께서 친히 닦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신실한 하나님의 곡예사들께 존경과 응원의 박수를 드립니다. 행복 디자이너
2020-04-27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