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잔이 넘치나이다!"

정연희의 소설 "내 잔이 넘치나이다"는 한국동란 시절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주인공 맹의순은 평양 부자 맹관호 장로 아들이다. 맹장로네는 6·25 이전에 월남했지만, 가족들이 차례로 죽고 청년 맹의순은 고아가 된다. 그는 목사가 되려고 연희전문학교에서 조선신학교로 편입했다.

그는 신학생 시절 토마스 아 캠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와 일본 신학자 내촌감삼의 저서들을 애독하며 섬김의 삶을 맘에 품었다. 출석하던 교회에서 중등부 전도사로 봉사하며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며 새벽기도회 후에는 세브란스 병원 환자들을 도왔다.

그러던 중 6·25가 발발하여 피난길에서 미군의 포로가 되었다. 당시 미군은 최전선 2마일 안에서 잡힌 사람은 모두 포로로 취급했다. 특히 북한 말을 사용하는 맹의순은 자연스럽게 포로가 되었다.

억울한 포로수용소 생활에도 비관하지 않고 신실한 신앙인으로 산다. 수용소 군목은 그가 신실한 그리스도인임을 알고 수용소 병원에서 일하게 했고, 그는 수용소 내에 교회를 세워 예배를 드리며 포로들에게 복음을 전한다. 수용소 공산군 병사들은 처음에 그를 '예수 미치광이'로 불렀다. 틈만 나면 인민군 환자를 찾아가 성경을 읽어주었고 중공군 환자를 찾아다니며 그들을 위해 기도해주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포로들은 맹의순을 '거제도 성자'라고 불렀다. 이 별명을 수용소 모든 구성원이 인정했단다.

전쟁이 끝나자 신분이 확인되 맹의순은 수용소를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수용소에 남아 중공군 포로들을 돌보았다. 그들과 함께 예배드리며 복음을 전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맹의순은 뇌암 환자였다. 어느날 밤 그는 한 중공군 병사의 발을 씻어 주다 앞으로 쓰러져 죽는다ㅏ. 미소 띈 얼굴로 잠든 그의 곁에 발을 씻어 주던 물 대야와 성경 한 권이 있었다.
수용소 안에서 맹의순의 죽음을 보고 울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미군 군의관도 한국인 행정관도 인민군도, 중공군 병사도 모두가 통곡해싸. 장례시기에서 중공군 포로 환자가 낭독한 추도문은 맹의순의 영향력을 보여 준다.

맹의순은 서럽고 고통스러운 포로 환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천사였다. 겨울에는 따뜻한 물로, 여름에는 시원한 물로 발을 씻겨 주며 그들을 향한 사랑을 표현했다. 그는 시편 23편을 중국어로 적어서 더음더듬 읽어주며 위로와 함께 복음을 전했다. 특히 그는 '내 잔이 넘치나이다'를 자주 암송하였는데 그의 돌봄을 받은 중공군 포로들 대부분은 '내 잔이 넘치나이다'를 주문처럼 암송했다.

소설 "내 잔이 넘치나이다"는 참혹한 전쟁 속에서 피어난 꽃을 보여준다. 전쟁 통에 핀 향기로운 인류애다. 그런데 6·25가 낳은 사랑의 이야기가 이뿐이 아니다. 얼마 전 6·25 전쟁 통에 고아들을 돌보았던 터키 군인들 동영상을 보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전쟁터에서 월급과 시간을 쪼개 고아들을 먹이고 가르친 그들 사랑과 헌신이 사무치도록 고마웠다.

어찌 이뿐이랴? 셀 수도 없는 교회와 고아원들을 미군이 세웠고, 수 많은 고아들을 미국으로 데려다 공부시켰다. 역사를 돌아보는 6월에 전쟁터에서 피어난 인류애도 기억하고, 우리가 받은 사랑도 기억되면 좋겠다. 행복 디자이너 강태광 목사(World Share USA 대표)

2020-06-08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