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임금 숙종은 미복 차림으로 백성의 사는 형편을 살피기 위해 자주 미행을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허름한 작은 오두막집 앞을 지나는데 집안에서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습니다. 양반들이 사는 동네를 지나면서도 듣지 못했던 웃음소리에 어리둥절했습니다. 숙종은 그 까닭을 알아볼 생각으로 오두막집에 들어가 주인에게 물 한 사발을 청하면서 문틈으로 방안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새끼를 꼬고 있었고 아이들은 짚을 고르고 있었으며 할머니는 빨래를 밟고 있었고 젊은 어머니는 해진 옷을 깁고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가난한 백성들의 평범한 일상이었는데 어찌나 가족들의 얼굴이 밝든지 도무지 근심 걱정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숙종은 주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사는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데 좋은 일이라도 있소? 밖에서 들으니 웃음이 끊이지 않더이다." 주인은 희색을 띤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살아도 빚도 갚아가며 저축도 하면서 살고 있으니 저절로 웃음이 납니다." 금방 쓰러질 것 같은 오두막집에 살면서 빚도 갚고 저축도 한다는 말이 궁금했던 숙종이 다시 묻자 주인은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을 공양하는 것이 곧 빚을 갚는 것이고 늙어서 의지할 아이들을 키우니 이게 바로 저축이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살면서 그 무엇도 부족함 없이 행복하고 만족할 때 할 수 있는 말이 있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 이와 같은 말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돈이 많고 물질에 여유가 있다고 해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진짜 부자는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를 느끼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삶에 자족합니다. 그리하여 이러한 사람은 삶에 어려움이 따를지라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2021-02-18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