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가 대학 갈 때 나에게 결정권이 주어진다면 꼭 권하고 싶은 대학이 있다. 세인트존스 대학(St. John’s College)이다. 천주교 대학교인 세인트존스 대학(St. John’s University)와는 다른 학교다. 대학에 재학하는 4년간 중요한 과제가 인문학 고전 독파다. 미국 대학 수준을 평가하는 기관마다 이 세인트존스 대학을 높게 평가한다.
우리는 통상 상대나 법대, 혹은 공대를 가야 돈이 된다고 생각한다. 문학이나 심리학등 인문학은 효율적인 학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인트존스칼리지는 이런 편견을 완전히 뒤엎는다. 이 학교 모든 학생은 인문학을 공부하고 ‘인문교양학사’ 학위를 받는다.
세인트존스는 1696년 세워진 유서 깊은 대학이다. 미국 국내 대학 들 중에 손꼽히는 오래된 대학이다. 오랜 전통만큼 수준 높은 교육 시스템을 가진 명문학교로 알려졌다. 1920년대 대공황으로 재정 위기에 처하면서 학교를 부활시킬 방법으로 인문학 수련에 집중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한다. 인문학 교육을 통해서 많은 인재를 양성한 학교로 정평이 났다.
세인트존스 대학은 대학원도 없고, 규모도 적은 4년제 대학이다. 전교생 400명 정도 되는 학부 중심의 작은 학교다. 그런데 이 대학이 미국 국내 대학 평가 중에 늘 선두권을 유지하는 세계적 명문이다. 학생들은 대학 4년간 인문학 고전 작품들을 읽고 토론하며 에세이를 쓴다.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과 발표력을 극대화 한다.
세인트 존스 대학의 수업은 100% 토론식인데, 선생은 가르치는 ‘프로페서(professor)’가 아닌 공부를 돕는 ‘튜터(tutor)’다. 튜터는 학생들과 함께 토론에 참여한다. 학생들은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배움의 의지가 없는 평가를 받고 학교를 떠나야 한다. 세인트존스대학 졸업생들은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는데, 어떤 분야건 적응과 두각을 나타내는데 뒤지지 않는다. 뉴욕타임스 기자는 “세계에서 가장 모순적인 대학”이라고 평했다.
미국 1,000대 기업 경영인의 전공을 조사하면 인문학 출신이 압도적이다. 성공한 사업가들을 살피면 인문학적 소양이 돋보인다.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조지 소로스, 짐 로저스 등의 유명한 CEO들은 철학, 심리학, 역사를 전공했다.
구글(Google)은 10년 동안 어떤 직원들이 높은 성과를 내는지 조사했다. 공학적 지식을 가진 인재들이 많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높은 성과를 낸 사람들은 창의성, 협력과 소통능력을 갖춘 이들로 나타났다. 이런 능력은 오롯이 인문학적 소양을 통해서 강화되는 역량이다. 30대에 야당대표가 되어 한국 사회를 흔드는 이준석도 인문학적 소양교육과 토론교육이 강한 하버드 출신이다. 토론이 그의 장점이라고 보는데 이견(異見)이 없다. 설득력 있는 토론 실력은 인문학적 소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다. 인문학이 중요하다. 요컨대 인문학이 삶을 진정으로 강하게 한다. 인문학이 대답이다.
2021-06-2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