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워싱턴에서 베트남 참전 용사 안장식에 참석했었다. 당시 나를 호스팅 해 주었던 미 해군 대령(예) 가이 제렛(Guy Jarret)과 함께 참석한 안장식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안장식 주인공은 미 해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월남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미 해병 소위였다. 베트남에서 그의 유해가 발굴됐고 송환돼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안장식 규모와 예식 내용에 놀랐다. 우선 안장식을 사성(四星)장군인 해병사령관이 주관했다. 또 참석자들의 범위도 놀라웠다. 해군사관학교 동기생들, 고등학교 친구들, 당시 그의 약혼녀와 유복자로 성장한 그의 딸도 참석했다. 특이한 것은 그의 약혼녀의 현재 남편도 참석했었던 것이다.
감동적인 행사였다. 참석자들의 짧은 연설로 참전 용사의 용기와 헌신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수십 년 전에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 것부터 칭찬했고, 그의 반듯한 생도시절을 동기생들이 회고했으며, 그의 짧은 군 생활을 귀하게 여기는(Honoring) 멋진 행사였다.
행사 내내 그리고 행사 후 얼마간 미군들을 만나면 부러웠다. 요즘도 제복을 입은 미국 군인들이 부럽다. 얼마 전 비행기를 타면서 비행기 탑승부터 군인들을 우대하는 것을 보며 부러웠다. 이것이 미국의 국격(國格)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는 미국 문화와 철학이 부럽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 아프가니스탄 지역에서 작전 수행 중이던 군인들 30명이 전사했었다. 유해가 도착한 델라웨어 공항으로 헬기로 이동해 그들을 맞았다. 어떤 경우는 군인들 유해가 이른 새벽에 도착했다. 대통령은 새벽에 달려 나가 그들을 맞이했다. 퉁퉁 부은 눈으로 거수경례하는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사람에겐 인격(人格)이 있는 것처럼 국가에는 국격(國格)이 있다. 인격의 기초가 감사하는 마음이라면 국격의 기초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 봉사자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보훈이다. 이런 점에서 전사자이나 부상자들을 대하는 국가와 정부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
최근 파병된 해군 청해부대 코로나 확진자 상황이 뜨거운 뉴스거리다. 어려운 여건에 근무하는 장병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대한민국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 천안함 피격 사건에서 전사한 장병들에 대한 추모나 예우가 부족한 것 또한 아쉽다. 국가를 위해 근무하다 전사한 젊은 군인들의 희생을 국가가 추모하고 보상해 주어야 한다.
한국 군대는 약방의 감초다. 국가 재난 현장에 어김없이 군인이 투입된다. 물난리가 나도 군인이 투입되고, 산불이 나도 군인이 투입되고 코로나 방역 현장에도 군인이 투입굉다. 모든 고통과 아픔의 현장에서 헌신하는 군인을 너무 푸대접한다.
30 수 년 전 안장식에서 전사한 해병 소위를 영웅이라고 추켜세우던 해병 사령관은 대략 이런 말로 끝을 맺었다. “성숙한 사회는 희생을 존중합니다. 우리는 전몰장병의 유해 송환에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이런 노력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존중하며 기억하려는 미국의 정신입니다.” 아직도 “성숙한 사회는 희생을 존중한다!”는 사령관의 말이 귀에 쟁쟁하다!
2021-07-19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