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흥얼거렸던 팝송 중에 "By the rivers of Babylon"이라는 노래가 있다. 열심히 듣고 따라 불렀던 노래다. 소풍가서 반별 장기자랑을 할 때면 누군가는 꼭 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익숙한 리듬으로 “다들 이불개고 밥 먹어~”라고 개사해 흥얼거렸던 노래다. 음률과 가사가 생생하게 기억되는 이 노래 가사가 성경구절이었다는 것을 수년전에 알았다.
이 노래는 시편 137편 1절과 4절을 그대로 인용했고, 후반부는 시편 19편 14절 내용이다. 가사 전체가 성경구절이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이런 노래가 있다는 사실이, 또 이런 노래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던 사실이 신기하고 놀랍다. 팝송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이 노래만큼 성경적인 팝송은 없을 것이다.
이 노래는 1972년에 자메이카 출신의 가수들이 불렀고 1978년에 ‘보니 엠’이 리메이크해서 큰 인기를 얻었다. 영국에서는 5주 동안 1위를 차지했으며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노래 배경은 기원전 586년 바벨론이 유대를 정복하고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킨 사건이다. 갑자기 나라가 패망하고 포로가 되어 바벨론에 살게 된 유대 백성들에게는 어려운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중에 가장 서럽고 불편한 것이 성전에 갈수 없는 현실이었다. 힘들고 어려운 날에 기도할 성전이 없었다.
그런데 더 서럽고 더 힘든 일들이 발생했다. 그들을 포로로 잡아간 바벨론 사람들이 자신들의 잔치 여흥을 위해서 성전에서 불렀던 노래를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그들은 하나님께 경배하기 위해 불렀던 거룩한 노래를 바벨론 사람들의 술잔치를 위하여 부를 수는 없었다. 당연히 바벨론 주인의 명을 거역했고, 더 고통스러운 일이 따랐다.
그들은 서럽고 괴로운 날 강가에 나와 하나님을 노래했다. 노래하던 그들은 설움에 복받쳐 수금을 버드나무에 걸어놓고 목 놓아 울었다. 그들의 눈물이 기도가 되고 그들의 기도에 하나님께서 응답하셨다. 그들은 여러 강가에서 기도했다. 그들의 강가기도는 그들의 영적 자산이 되었다.
유대인들에게는 강가에서 기도하는 영적 전통이 있다. 야곱이 얍복강가에서 기도했고, 포로들은 바벨론 여러 강가에서 기도하며 하나님의 신비를 경험했다. 에스겔은 그발 강가에서 기도하다가 환상을 보았고 에스겔을 기록했다(겔1:1). 다니엘은 힛데겔 강(단10:4)에서 기도하다가 하나님의 신비를 경험하고 다니엘서를 기록했다. 에스라는 아하와 강에서 금식을 선포하며 백성들과 함께 기도했다(스 8:21~23).
이런 전통으로 유대인들은 강가기도 영성을 갖게 되었다. 유대인들은 성전이나 회당이 없는 곳에는 강가에서 기도했고, 성전과 회당이 있어도 위기를 만나면 강가를 찾아 기도했다. 그래서 에스라가 강변에서 금식을 선포했고, 바울이 회당이 없던 빌립보에 갔을 때 강가에 나가 기도처를 찾았다.
유대인의 영성을 기준으로 한다면 지금이 강가로 나가야 할 때다. 교회가 무너지고 있고, 무서운 문화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미국 건국의 기초인 신앙 문화가 흔들린다. 후손들이 살아갈 세상은 바벨론 포로들처럼 영적 황무지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런데 이런 아찔한 상황에 기도하지 않는다. 이런 위기 앞에서 기도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위기다. 지금은 모두 강가로 나가 엎드려야 할 때다.
2021-09-2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