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축시
하루가 산다
시인 김준철<미주 문인협회 회장>
하루가 하루를 덮고
그 하루가 다른 하루를 녹이고
또 하루가 그걸 채우고 비우고 지우고
어느 하루는 기억이 되고
그 하루는 저 하루를 위로하고 그다음 하루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다독다독
하루의 허락으로 또 하나의 하루를 사는
버릇처럼 지나친 시간
그 끝자락의 아우성
고요한 밤의 어둠이 서늘한 바람을 타고 다가온다
다가와서 삐쭉 얼굴을 내밀고 속삭인다
수고했다 고생했다 잘 버텼다
하루가 시무룩하게 사라진다
시간은 그렇게 사라졌다가 불쑥, 잊혔다가 불쑥, 뜬금없이 불쑥,
오늘처럼 나타나기도 하며 그렇게 산다
2023-01-06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