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
허련화
심청은 아버지를 위해 자신을 팔았다
심청의 몸값은 심봉사의 초롱초롱한 두 눈이었다
그 눈에 비친 몇 십 년의 피고 지는 계절 속의 풍경이었다
아버지도 없는 나는 무엇을 위해 나를 팔까
언제쯤 얼마나 받고 나를 팔면 잘 팔았다고 할까
고운 치마 뒤집어쓰고 꽃잎처럼 임당수에 떨어질 것이다
오늘도 뱃꾼들을 기다려 본다
이 작품 역시 ‘K-Writer’ 아시아 시인편에 실린 허련화 시인의 ‘심청’이다.
그녀는 중국 지린성 릉징시에서 출생하였고 현재 중국서남민족대학교 한국어학과 부교수로 있다.
우리는 거의 모든 사람이 ‘심청전’을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과연 몇명이나 자신을 팔까 고민해 봤을까? 그러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삶의 무게나 결은 아마도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더불어 팔고 싶지만 팔 대상이나 팔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문제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가치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또한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코로나에 익숙해지고 지겨워져 가면서 어느새 우린 시간에 대한 속도감을 더욱 크게 느끼고 있다. 보다 선명한 걸음으로 주어진 하루의 호흡을 살아내야 할 것이다.
2023-02-0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