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의 발가락이 늙었다
김준철
매번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햇살이 결여된 오후가 익숙해질 무렵,
짖은 바람이 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리 나쁜 일만도 아니었지요
물론 매번은 아니었지만
날카롭고 깊은 고개를 넘어야 할 때도
오랫동안 웅크리고 있어야 할 때도
그런 후에는
예외 없이 나의 가늘던 뼈들이
굵어지고 마디들은 단단해졌습니다
빛 한 점 없는 어둠도,
악몽으로 이어지던 밤들도,
문신처럼 뜨거웠던 사랑도,
저를 어쩌지 못할 만큼
단단하게 자랐을 즈음
길을 떠나려는 제 이마에
엷은 온기가 스쳤습니다
회색 담에 기대앉아 고개 떨군,
내게 다가오신 어머니의
발가락이
내 무뎌진 뼈마디를 날카롭게 일으켜 세우고
내 단단한 뼈 속에서부터
가늘고 아린 바람이 길을 만들어
내게 길을 재촉합니다
세상은 어느새 여러모로 많이 부드러워져 있습니다. 여기저기 여행을 나서는 소식도 자주 접하고 여러 SNS를 통해 지인들의 사진들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켠으로 세상은 갈수록 더 날카롭고 불안한 얼음판같기만 합니다.
민생고의 어려움, 그 불안함이 이렇게 피부로 느껴지는 시기가 언제 또 있었나 싶을 지경입니다.
시간은 걸음을 재촉하고 주변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입니다. 내가 늙은 만큼 또 내가 사랑하는 이들도 아프고 지치고 늙습니다.
단단하게 세워졌다고 느끼던 뼈마디들이 어느새 소리를 내며 노쇠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조금은 더 오래 그리고 깊게 꿈을 꾸어야 합니다. 일전에 어느 지인이 지쳐있는 제게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냥 자~ 자면서 꿈을 꿔! 꿈꾸는 자만이 꿈을 이루는거야”라고…
많이 힘드신가요? 지치시나요? 한번쯤 다 잊고 푹 잠을 청하세요. 그 안에서 꿈을 만나고 그 꿈과 함께 다시 길을 열어봅시다.
2023-04-2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