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불태우는 것은 즐거움이다.’ 점프큐서점이 운영하는 독서클럽의 이번 달 책인 ‘화씨 451’(Fahrenheit 451)의 첫 문장이다. 화씨 451도는 책이 스스로 점화되는 온도이며, 이 디스토피아 소설은 책을 불태워도 인간의 기억과 기록으로 그 내용이 재생되어 희망과 새로운 세상을 펼쳐 보인다는 내용이다.
‘행복이 중요하다. 재미가 전부다’는 기치 아래 정부는 행복을 주지 못하는 책을 소각하라고 명령한다. 주인공은 ‘방화수’로서 그 명령에 순응하여 책들을 아무 생각없이 불사른다. 더 나아가 인간도 불태운다. 그는 책과 함께 불속에서 고귀하게 죽어가는 한 여인을 묵도하면서 책이 없으면 행복하다는 명령에 회의를 품게된다. 마침내 자신을 포함한 주위 사람이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단적인 사례로 주인공 아내가 등장한다. 그녀는 TV 등 매스컴과 수면제에 중독되어 나날을 보낸다. 그녀는 자신을 표현하지 못 할 뿐만 아니라 생각이 마비되어 ‘좀비’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 이유는 책이 ‘삶의 질감’을 섬세하고 진실하게 표현하는 반면에 대중매체는 인생을 ‘짧고 신속하게 제압하여 강간하고’ 대중들에게 던져버리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갈파한다.
1951년 출간된 이 책의 이야기처럼 현대사회도 책을 거부한다. 책보다는 TV나 유튜브 등 SNS 미디어가 독자들을 삼키고 있다. 글자를 읽는것 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이 즐겁고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디어는 시청자를 너무 빠르게 몰아붙여서 비판적으로 사고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생각이 빠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단순하고, 획일적이며, 단세포적인 사람으로 전락된다.
주인공은 행복해야 할 모든 것이 있지만 행복하지 못한 이유를 찾기위해 책을 읽기 시작한다. 책은 우리가 잊어버릴 수 있는 많은 것, 지식을 보관하는 하나의 ‘저장용기’다. 책은 양질의 정보와 내용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보와 지식을 소화할 수 있는 여가시간, 생각할 시간을 제공한다. 책의 세번째 기능은 습득한 내용과 지식의 상호작용으로 행동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무엇보다 책의 마법은 ‘우주의 조각들을 꿰매어서 우리에게 한벌의 옷을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책을 통해서 주인공은 ‘방화수’에서 책을 보호하고 전달하는 ‘소방관’으로 거듭난다. 더 나아가 책을 읽을 뿐만 아니라 책을 ‘먹으면서’ 자신이 한권의 책이 되어 간다. ‘책 한권 뒤에 한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적는데 평생이 걸릴 수도 있다.’ 그리고 책을 읽는 공동체에 참여하여 구성원 전체가 각각 한권의 책으로 이루어진 사회를 건설한다.
이런 사회에서 책은 반짝이는 등불처럼 타오른다. 영원 불멸한 지혜와 영감의 원천인 책이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오디오 북으로 진화되고 있다. 책은 ‘생명의 나무‘이며 그 나무의 열매와 잎들인 책의 내용이 사람들을 ‘치유한다’는 이 소설의 결론이 편리함과 효율성에 사로잡혀 책을 거부하는 요즘 시대에 공감과 경고를 던져 준다.
2024-03-2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