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들은 미국에 살면서 다양한 언어 때문에 한계상황에 직면할 때가 많다.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오해를 불러 일으켜 좌절과 갈등, 혐오와 증오를 유발시킨다. 이처럼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면서 동시에 대화를 단절시키는 장벽이다.
미국에서 영어 이외에 200개 이상의 다른 언어가 사용되며, 세계적으로 7천개 이상의 언어가 통용되고 있다. 각 국가나 민족이 사용하는 고유 언어는 근본적으로 서로 생각이나 뜻을 전달하고 이해하는 도구이다. 말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어떤 경우에는 몸짓과 손짓으로 언어의 목적인 의식, 태도,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일련의 언어 규칙을 따라야 한다. 그래서 규칙을 준수하는 각종 게임처럼 언어 활동도 일종의 '언어 게임'이다.
그러나 언어게임은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언어 활동에 참여시켜서 참가자들이 언어규칙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언어 사용에 있어서 자신만의 주체적 자아로 거듭나게 한다. 물론 참여자의 언어가 다르거나 그 규칙에서 벗어나게 되면 언어놀이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렵다. 그래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언어 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언어놀이에서 발생하는 '언어장벽'이나 '문화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서 AI음성번역기, 기계통역사, 세계보편언어등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정부는 언어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국적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1964년 민권법 제6조에 의거하여 '언어접근'(Language Access)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정책은 '제한된 언어 사용자'(LEP: Limited English Proficient)에게 언어지원서비스를 제공하여 영어가 불편한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정부혜택을 받도록 보장한다. 미국에서 영어에 능숙하지 못한 LEP에 해당하는 인구가 약 2천4백만명 정도다. 이들이 영어를 배우고 습득하는데 최소한의 노력만 하면 언어장벽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언어장벽이 '생각의 감옥'이 될 수 없다. 주위를 돌아보면 인종적으로 다양한 생활 유형과 문화가 존재한다. 이런 다양성은 각자가 언어 때문에 좌절하고 포기하게 되는 '언어의 횡포'에서 벗어나 인종별로 독특한 언어놀이에 적극 참여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우리는 언어 안에서, 언어 사이에서, 언어 주위에서 살고 있다. 언어 차이가 생각을 단절시킬 수 없으며, 언어 장벽이 인류의 사랑과 연대를 막을 수 없다.
다양한 언어놀이에 참여하여 편견이나 선입견을 내려놓고 보다 더 많이 보고 듣고 읽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되면 자신의 세계가 넓혀진다. 더 나아가 사고의 해방을 실현하여 상투적인 세상적 단어에 자신을 끼워맞추기 보다는 스스로 창조한 어휘로 자신의 삶을 정당화할 수 있다. 즉, 자신만의 '마지막 어휘'로 궁극적인 인생 목적을 외치고 설계하며, 존재의 자유를 누리면서 창조적 행동으로 자신의 완성을 이루어 간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며 '언어의 한계가 자신의 한계'라는 철학자의 주장이 큰 깨우침으로 다가온다.
2024-05-15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