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동화를 다 듣고 난 한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되물었다. 자정이 넘으면 모든 게 마술에서 풀려 원래대로 돌아가는데 왜 유리 구두만은 그대로냐고 말이다. 요새 아이들은 옛날과 달리 논리적이고 자신의 주장에 더 자유로워서 그랬을까? 아무튼 세계 여러 나라를 통틀어 700여 가지나 이상이나 되는 유사한 이 동화의 원조 격으로는 중국의 'Yeh-hsien'으로 알려진 황금 물고기가 등장하는 이야기이지만, 우리에게 더 친근하고 가장 유명한 프랑스판 신데렐라에 나오는 유리구두는 실상 두더쥐과의 동물의 털로 된 구두였다. 헌데 실은 프랑스 어에서 이 단어가 유리를 뜻하는 단어와 스펠링은 다른데 발음이 같기 때문에 프랑스 아동작가 샤를 페로가 일부러 그렇게 바꾸었다는 설과 실수로 잘못 번역되어 그렇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사연이야 어찌됐든 우아하고 환상적인 유리구두는 그렇게 해서 탄생했고 오히려 더 매력적이고 환상적으로 되었다. 그 환상의 아름다운 신데렐라 이름이 2002년 4강 신화에 이어 오늘 우리 한국인에게 또 다시 던져지고 있다. '신데렐라, 코리아!'신화를 낳은 축구 한국을 세계가 가리키는 말이다. 13년 전 당시 한국의 4강 신화를 두고 타임즈는 한국의 축구가 사실과 픽션의 다리를 넘어 환상처럼 보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정사실의 현실로 다가온 신화라고 극찬했다. 헌데 이번에 태극낭자들이 월드컵 신화를 또 다시 만들어냈다. 신데렐라의 판타지가 자정을 안 넘기는 조건부 환상이 아닌 영원한 공주의 현실로 돌아왔듯이 우리의 젊은 여전사들이, 그것도 대접한번 제대로 못 받고 관심 밖에서 서러운 눈물 속에서도 굴하지 않은 낭자들이 우연 아닌 실력으로 세계무대에 우뚝 섰다. 유리구두가 아닌 징이 박힌 가죽구두를 신고, 호박으로 만든 마차가 아니라 32개의 조각으로 이어 만든 축구공을 갖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딸들이 신데렐라와 왕자가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했듯 세계무대에서 콧대 높은 열강들과 화려한 비엔나 왈츠 춤을 추었다. 남자 축구 대표 팀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첫 출전 후 48년 만인 2002년 월드컵 이 돼서야 비로소 4강까지 갔지만 이번 우리의 여자 팀은 그보다 4배나 빨리 해냈다. 2003년 미국에서 열린 월드컵 본선에 처음 출전해 3전 전패로 조별리그 탈락에 그친 지 불과 12년 만이다. 축구는 남자가 하는 운동이라는 인식과 외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얇은 선수층 등 척박한 풍토에서 이루어 낸 성과라 더 없이 값지다. 한국 여자축구의 환경은 지원부터 관심까지 남자축구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하늘과 땅 차이다. 2014년 기준으로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여자 팀의 숫자는 초등학교부터 실업팀까지 모두 합쳐 78개 팀에 불과하고 등록선수도 고작 1705명이다. 독일이 26만 명이 넘고 일본 만해도 3만 여명 정도라 한다. 이번에 비록 프랑스와의 8강전 앞에서 잠시 멈췄지만 프랑스가 등록 선수만 9만 명인 것을 감안해 보면 이번 태극낭자들이 이루어 낸 성과는 신화 그 이상이다. 빛나는 투혼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