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노벨상 시즌의 막이 올랐다. 수상식은 생리의학, 물리학, 생화학, 평화, 경제학, 문학 등 6분야에 노벨상 창시자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이번 생리의학상은 기생충 연구자 3명으로 아일랜드 출신인 윌리엄 캠벨 미국 드루대학 교수와 일본의 오무라 사토시 기타자토 대학 명예교수, 그리고 중국 중의과학원의 투 유유 교수에게로 갔다. 중국은 축제 분위기다. 중국계 출신이 8차례나 과학 계통 노벨상을 받았으나 중국 국적자로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해외 유학 경력도 박사 학위도 없는'순종 토박이'란 얘기다. 더구나 중국 전통의학이란 데 그 의미가 더 크다. 이번에 대상이 된 그가 말라리아 특효약을 개발해낸 원천은 1,600년 전 동진의 의학자 갈홍의 의서와 중국 대륙에 널린 야생 쑥이었다. 전통 약초를 끈질기게 연구한 끝에 개똥쑥에서 '아르테미시닌'이란 성분을 뽑아 낼 수 있었던 거다. 헌데 '아르테미시닌'은 그리스 신화에서 사냥과 야생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에서 따온 말인데 투 유유 교수의 이름 '유유'도 '사슴이 울며 들판의 풀을 뜯는다'는 시경의 구절에서 따온 점 역시 공교롭게도 아르테미스의 이미지와 닮은 게 우연이었을까? 손으로 뜯어 비벼보면 개똥 냄새가 난다 해서 이름 붙여진 개똥쑥은 우리 한국 에도 많이 자생하고 있는데 쑥은 한국인에게도 빼 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바로 단군신화 때문이다. 단군신화에서 호랑이와 곰은 사람이 되기 위해 쑥과 마늘만으로 100일 동안 동굴 속에서 지내야 했다. 호랑이는 못 참고 포기했지만 곰은 끝내 이겨내고 사람으로 환생하여 단군을 낳아 한민족의 시조가 되었다. 신화에서 시작된 쑥은 액운을 물리치는 주술적 기능이 있는가 하면 한국인의 식생활이나 생활용품 그리고 미용까지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다양하게 쓰인다. 그 뿐인가? 약리적 기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예로부터 위벽 보호와 간 해독, 생리통 치료에 효능이 있어 한방에서 널리 쓰였다. 최근에는 뛰어난 항암 효능이 입증되면서 더욱 주목 받아왔다. 아울러 쑥은 생명력과 번식력이 강해 극한 환경이 아닌 곳이면 어디서든 잘 자란다. 핵폭발로 폐허가 된 일본 히로시마에서 가장 먼저 새싹을 틔운 식물이 쑥이라고 할 정도다. 1986년 4월 우크라이나에서 체르노빌 원전사건이 발생했는데 공교롭게도'체르노빌'은 러시아말로 '쑥'이다. 해서 잘 자라나는 걸 우린 쑥쑥 잘 큰다고도 한다. 그러고 보면 쑥은 가장 흔한 잡초이면서도 가장 귀한 생명의 약초인 셈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항상 이 맘 때면 노벨상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심기는 불편하다. 한중일 3국 중에 한국만이 노벨의 문학과 과학의 수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기 싫어하는 한국인의 자부심에 금이 가고 상실감과 공허감을 어쩔 수 없다. 건국신화로부터 생활 모든 부분에 이미 만병통치에 가까운 쑥의 효과를 이용해온 한국인들에게, 특히 빛나는 허준의 '동의보감'을 가진 나라로서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에 무척 부럽고 아쉬워 보이는 마음 감출수가 없다면 나만의 느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