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독립하고 얼마 안 되어서 나라이름을 무엇으로 해야 할까 하는 문제가 생겼다. 한 의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먼 동방의 나라 조선에 가면 세종대왕이라는 분이 글을 만드는 데 천재라고 하니 자문을 구해 보자고 했다. 사절을 만난 세종은 '아무렇게나 해라'고 하셨다. 그래서 '아메리카'가 되었다. 미국 윗동네에 사는 사람들도 아쉽다하고 사신을 보냈더니 대왕께서 이르시길 '너흰 가나다순으로 해라'하시거늘 '카나다'가 됐다는 얘기다. 누군가가 만들어낸 우스갯소리지만 미국만이 아메리카는 아니다. 멕시코에 가서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으면 당연히 아메리칸 이라고 한다. 북미, 중미, 남미, 모두 아메리칸 임엔 틀림이 없다. 우리가 사는 이곳을 아메리카라고도 하지만 엄밀히 US아메리카임을 모두 안다. 그러니 모든 아메리카 대륙인들의 기분이 몹시 언짢을 터다. 그럼에도 미국은 마치 자신들만의 점유물인양 아메리카라고 한다. 건국초기에 콜럼비아로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긴 하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결국 남미의 콜롬비아가 생기면서 그 잔여만 남는 결과가 되었다는데. 어쨌거나 아직도 미련이 많이 남아 그 이름 여기저기 자취를 남겼으니 가장 유명한 것이 아무래도 워싱턴 DC가 아니겠는가. DC는 '컬럼비아 자치구'란 뜻인데 그건 장학퀴즈 식 정답이고 사실은 200여 년 후에 IT산업으로 세계를 휘어잡을 Dot Com이 아니었던가 싶다. '워싱턴 닷컴(DC)!' 다른 나라들은 모두 웹주소 뒤에 각자나라이름을 붙이게 하고는 자기네만 깔끔하게 .com으로 처리하고 그 거드름 피는 모습이란 얄밉기도 하지만 부럽기도 하다. 한마디로 미국은 이미 그 오래 전에 세계를 제패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었는지 아니면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수도이름 하나는 잘 지었다. 세계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초강국 미국이 마음속 깊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이 있으니 그건 역사적 문화적 전설의 고향이 없다는 것이다. 바로 신화의 결여. 세계의 모든 나라에는 나름대로의 이러쿵 저러쿵 신화가 있다. 이는 조상전래의 공동유산으로 한 집단을 묶어주는 접착제이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꿰뚫어 연결해주는 고리라 말할 수 있는데 미국은 이러한 신화가 없다. 유구한 역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가? 미국은 조부들로부터 시작해 오늘까지도 영웅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영토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토착민 부족을 섬멸하는 잔혹한 정복도 개척과 구호의 이름으로 전개되는 양면성의 틀을 가진다. 그러고 보니 잔혹성(Devil)과 인류애(Christianity)의 두 가지 의미가 바로 DC인 셈이다. 아무튼 이제 세계의 중심에 서있는 미국은 바로 워싱턴DC에서 잔혹한 전쟁(D)과 구호(C)로 모든 나라에 큰 형님 역할에 바쁜 한편 Dot Com 으로도 글로벌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건국조부들의 비전이든 야망은 아직도 진행형인 셈인데… 이제 더 나아가 앞으론 디지털(D)과 모든 것을 하나로 아우르는 통섭(C)의 시대로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워싱턴 Dot Com 만세라고 해야 하나?